세계석유총회(WPC) 취재 그 후
세계석유총회(WPC) 취재 그 후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3.04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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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언 / 편집국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세계석유총회(WPC) 한국위원회가 결국 WPC유치를 포기했다. 유치의향서 마지막 기한인 3월 1일을 넘겨 더 이상은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WPC 국제사무국은 한국의 유치를 독려하기 위해 유치의향서 신청기한을 지난 1월 31일에서 3월 1일까지 두 달간 연장하는 등 특별 조건을 내걸었지만 결국 희망은 기대난망이 됐다.

기자는 지난 24일 본보 939호 보도를 통해 ‘석유총회유치 불투명’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석유공사와 일부지자체를 중심으로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려는 듯 마지막 유치의향서 신청에 사력을 다했다. 한 때 관련업계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기자의 보도는 오보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막판 국내 대형정유사들이 유치비용 분담에 난색을 표하며 유치의향서 신청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모 지자체의 컨벤션뷰로가 주도한 유치단이 국내 대형정유사들의 본사가 있는 서울까지 올라와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유업계 가장 큰손인 A사의 반대로 결과는 일단락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A사를 제외한 일부 B사와 C사는 유치비용 분담에 일부 긍정을 나타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언급했지만 2020년 세계석유총회는 대륙별 순회원칙, WPC국제사무국의 협조, 유치경쟁국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유치의 최대의 호기였다. 유치가 물거품이 된 이상 석유총회는 2035년 향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한국위원회 한 실무자는 “WPC는 국내 석유에너지 관련 산, 학, 연의 단결 등 구심점의 기회로 활용 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면서 “세계적 국제컨퍼런스인 WPC와 석유자원개발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시각이 아쉽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여론도 비등했다. ‘과연 이런 국제행사가 실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하는 문제였다. 사실 지난 MB정부에서 가장 큰 독이 됐던 전시행정과 보여주기식 국제행사들에 수많은 예산이 낭비됐다. 어떤 이는 G20이 대표적인 전시행정이었다며 국제회의를 치르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그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과연 그 만한 실익이 있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해외개발개발 문제를 비롯해 불거진 석유 및 자원에 대한 시선도 따가웠다. 이제는 석유자원분야에서 무엇을 하든 먼저 색안경끼고 보는 시선이다. 극단적으로 해외자원개발 관련 성공불융자 예산이 작년 1400억 원에서 올해 0원 줄어버린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관련 내부업계에서는 익히 알듯이 해외자원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광구의 자체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이었다. 속된말로 정부 대 정부의 공식적인 입찰과 합리적 가격결정이 아닌 해외자원 개발을 일부 인맥이 있는 해외개발 에이전시에 의존하면서 소위 한번 남의 손을 탄 지역. 즉, 경제성이 떨어지는 광구들을 어이없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2016년 현재 석유를 제외한 금, 구리, 은 등 광물자원 가격은 매년 계속해서 오름세에 있다. 그런데도 해외자원개발은 고사하고 화석자원의 대표격인 세계석유총회라는 국제적인 컨퍼런스 유치를 주도할 예산마저 관련 부처는 없었던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가서 화풀이하는 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자원개발에 비리가 있다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 인사들을 색출해야지 외부의 시선이 무섭다고 자원개발 그 자체를 없애버린 형국이 돼버렸다.

3대 국제에너지행사로 불리는 WPC는 사실 세계에너지총회(2013)나 개최를 앞두고 있는 세계가스총회(2021) 보다 규모나 양적인 면에서 실질적으로 두 행사를 압도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는 자원개발의 핵심적인 문제였던 인적 커넥션을 공식적인 정부 대 정부간의 인적 네트워크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또 세계 각국의 관련업계 종사들이 한데 모여 뒤쳐지고 있는 석유최신기술 동향에도 국내 업계가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정부 각 에너지원에 대한 정책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는 여전히 우리 현실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에너지원이다. 지난 5년간 에너지원별 구성비율 중 석유분야는 40% 내외를 지속적으로 나타내며 산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누구나 아는 투자의 기본 중 기본은 바로 분산투자 일 것이다. 정책방향 상 가장 우선시 하는 에너지원은 있을 수 있으나 타 에너지원도 소홀이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WPC 총회 관련 취재하면서 한국이 왜 여전히 ‘자원빈국’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지 알려주는 하나의 교훈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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