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들어 수출 18% 급감…중국·일본 보다 감소폭 커
한국, 올들어 수출 18% 급감…중국·일본 보다 감소폭 커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2.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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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기둔화, 低유가에 타격...

[한국에너지신문]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지난달 6년여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이 18.8% 줄어든 366억 달러를 기록해 6년여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번 달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의 수출 상황과 비교하더라도 지난달 기준 한국의 수출 감소폭은 큰 편이다.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갈수록 둔화하는데다 유가 하락, 전 세계 교역량 감소 등의 악재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향후 수출 전망 역시 밝지는 않다.

◇ 중국 경기둔화와 저유가 악재에 낀 韓 수출 경기

한국 수출이 급격히 주저앉은 가장 큰 요인으로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가 하락이 꼽힌다.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대(對)중국 수출 규모가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한국의 연간 수출 금액은 약 5천270억 달러, 이 가운데 1천370억 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문제는 경착륙 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에 그치면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동시에 7%대 성장률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 시대도 막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다음달 초 양회에서 앞으로 5년간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대체로 성장률 목표는 6.5%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때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온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수출 규모도 타격을 입었다.

박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수출 70% 내외가 중간재인데,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한국 수출이 부진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하락세도 한국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수출 품목의 약 17%가 석유 제품 등 유가 관련 품목인데다 유가 하락이 제품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전체 수출액 감소를 부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한국 수출 감소분 가운데 유가하락 영향을 받은 품목에서의 감소분이 전체의 64%에 달하기도 했다.

산유국 경기가 나빠지는 것도 한국의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올 1월 사우디아라비아로의 수출액은 44.7% 감소했으며 아랍에미리트와 말레이시아로의 수출액도 각각 10.8%, 9.0% 줄어들었다.

◇ 전 세계 교역 얼어붙고 경쟁은 한층 거세져…한국에도 찬 바람

한국 수출 급감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교역 규모 감소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수입액은 2014년 17조5천480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15조3천290억 달러로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17조0870억 달러에서 15조2천150억 달러로 11.0% 감소했다.

이를 합친 전체 교역액 역시 2014년 대비 2015년 11.8%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지도 팔지도 않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8%에 그쳐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는 적게 줄었고 전체 순위에서도 71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세계 무역의 파이가 줄어들면서 다른 국가들과의 수출 경쟁은 더 거세졌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 4개국의 수출 경합도는 평균 58.8포인트를 보여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경합도가 100포인트에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한국과 수출 경쟁이 가장 심한 국가로는 일본이 꼽혔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면서 통화 약세 효과를 보는 점도 한국 수출에는 불리 요인이다.

수출 경합시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 "올해는 회복할까" 중국 제조업→서비스업 전환이 걸림돌

올 초부터 지금까지 보인 한국의 수출 급감이 한두 달에 걸친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대중국 수출 전망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계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가 올해 하반기에는 대중국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20일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와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박솔 수석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지 않았고 경착륙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며 "업계에서는 한·중 FTA와 부양책, 한국 제품 품질 향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주요수출이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올해 수출 감소폭이) 지난해 8% 이상으로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성장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복병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 경착륙이 일어나지 않아도 한국 수출 회복을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면 한국의 대중국 자본재·중간재 수출이 줄어든다"며 "또 세계 경기가 좋지 않으면 중국에서 (세계 각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고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하반기에도 유가가 미미하게 오르는 등 회복이 어렵다"며 "중국 요인이나 유가 급락요인을 볼 때 한국 수출 회복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과 일본 통화의 약세의 영향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돼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보다 0.4∼0.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는 "중국의 성장둔화와 성장전략 변화, 중간재 내수화로 대중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중동, 러시아,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으로의 수출 부진도 장기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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