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짓다 한숨 돌린 에너지 공기업
한숨 짓다 한숨 돌린 에너지 공기업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2.2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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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희 / 편집국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그게 벌써 언제부터 나온 얘긴데요. 이번에도 추진한다고 하는데 아마 어려울 겁니다.”

에너지공기업들은 최근까지 고민에 빠졌었다. 사(私)기업이어서 매출 고민에 빠졌던 게 아니다. 바로 공기업 통폐합설 때문이었다.

공기업의 기능 조정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긴 했었다. 그래도 에너지공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어엿하게 정부부처 외청 노릇을 했다가 공기업으로 변한 몇몇 기관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는 것이다. 외청이 공기업이 되고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은 당연히 따라오는 과정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공기업 자체의 통폐합이라니,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시나리오까지 돌다 보니 공기업들의 심정과 심장은 말 그대로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석탄공사, 지역난방공사와 에너지공단 같은 에너지공기업 전체에 해당되는 시나리오들은 어쩌면 그리 구체적이었던지.

풍전등화의 ‘바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 건 새로 온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다. 주형환 장관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에너지 산업계에서는 그렇게 호감도가 높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였기에 에너지공기업에는 통폐합과 구조조정이라는 소문을 현실화할 ‘저승사자’처럼 비쳐진 게 사실이다. 주 장관의 취임으로 에너지공기업의 임직원들은 돌아서서 한숨을 짓고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에너지공기업 임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한숨을 짓지 않는다. 오히려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덕분이다. 에너지 신산업의 골자는 에너지산업을 ‘돈을 버는’ 산업으로 만들고 민간으로 많은 부분을 이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공기업 임직원들로서는 떨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양을 하든 돈을 벌든 ‘인수인계’를 해 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컸다. 그 목소리가 에너지공기업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었다.

에너지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는 “에너지 민간기업이 신산업으로 돈을 벌려면 형님이었던 에너지공기업이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통폐합도 그렇다. “누가 빚더미에 불과한 기업과 통합을 하려고 들겠느냐”는 해당 공기업 한 관계자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공기업 그 자체의 사명은 물론 돈을 버는 것만은 아니다. 공공성도 분명하게 수호해야 한다. 그러나마나 최근 정부의 공기업 통폐합이나 구조조정 분위기에서 나름대로 말이 되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 주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공공성을 여전히 담보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방향이야 어떻든 그 과정과 이상을 실현해 내는 데에 산업부 장관의 남은 임기는 너무 짧다. 다음 정권에서 유임된다고 해도 대통령에 따라 정책기조가 달라진다면 ‘장수’는 의미가 없다.

에너지공기업은 짧은 기간에 구조를 조정하거나 통폐합을 하기보다는 조금 더 긴 안목을 가지고 장기적인 정책을 세우는 편이 옳다. 지금은 그럴 때다. 통폐합이든 구조조정이든 시기상조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사족 같지만 주형환 장관은 에너지업계의 시각처럼 ‘저승사자’는 아니다. 기획재정부에 있었을 때는 그 자리 때문에 에너지업계, 그리고 모든 산업계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산업부에 더구나 수장으로 온 만큼 에너지공기업에나 여타 산하 공기업 및 외청, 기관 등에 ‘심폐소생사’나 ‘응급구조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바람대로 주 장관은 이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관련 정책과 진행사항을 직접 챙기는 행보를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에너지공기업 관련 정책도 이제까지 기획재정부에서 보던 대로 보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서 직접 챙겨가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심폐소생사’나 ‘응급구조의’의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주 장관이라면 얼마든지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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