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R&D벨트 구축 … 에너지기술의 총본산으로"
"에너지 R&D벨트 구축 … 에너지기술의 총본산으로"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15.01.21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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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한국에너지 남부섭 발행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올해로 설립 38주년을 맞는 효율,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대응 분야 연구의 본산이다. 대전에 있어 자주는 못가도 꽤나 자주 찾아가는 정든 곳이다. 해가 바뀌어 새해 인사 겸 이기우 원장과 차 한 잔 하기로 약속했다. 기자들의 방문 코스에 따라 황훈숙 홍보실장 방에 들르니 환히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황 실장과 만난 지도 20년 가까운 세월이니 농담조의 인사가 오고간다.

“웬만하면 얼굴 한 번은 보았을텐데 이번 원장님은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요.”

“원장님은 에너지 효율이 전문 분야거든요.”

“언론의 관심도가 좀 떨어진 분야여서 그랬겠지요”

“효율이 얼마나 중요한데 반성하셔야 해요.”

“오래 있으면 본전도 못 찾겠구먼. 원장님 방으로 갑시다.”

“원장님, 반갑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어서 오세요.”

“지난 번 여수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명함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도 드려야지요.”

“원장님 이력서를 보니 1980년에 입사하셨더군요. 어떻게 그동안 한 번도 만날 기회가 없었을까요”

“워낙에 저는 인기가 별로 없던 사람이었어요.”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양이 홍보실장의 사전 설명이 좀 있지 않았을까!

“신년사를 봤더니 6쪽이나 되더라고요?”

“좀 길다는 뜻입니까? 시대가 소통이 문제가 되는 때라 의사 전달을 자세히 하려다 보니….”

“연구원에 재직하면서 국내외에 발표한 논문이 227편, 보고서가 77편이나 되더군요. 한 해 평균 10편씩 낸 셈입니다.”

“연구원 직업을 택한 댓가라고 봐야죠.”

“연구원이 성격에 맞았나 봅니다.”

“연구원이 천직이었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 때가 있어요.”

“올해 원장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지요?”

“사안이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에너지기술 R&D 벨트 구축을 들 수 있겠습니다.”

▲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은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과 중복연구를 줄이고, 융복합 기술개발이 가능한 '에너지기술 R&D 벨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사진제공=에너지기술연구원>

‘R&D 벨트’는 지난해 이 원장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에 제의해 오는 2~3월경 결실을 맺을 예정이다. 에너지 분야의 기술 개발은 산업이 다양해진 탓도 있지만 에너지 분야가 약화된 틈을 타서 타 부처에서 많이 가져 가버렸다. 때문에 기술개발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이 원장은 우선 에너지 분야의 기관끼리라도 중복 연구를 피하고 나아가 시대의 트렌드인 융복합 기술개발을 추진하기위해 담을 허물고 교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에너지 분야의 공공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연구소도 참여를 희망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 가이드라인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이 사업을 통해 실질적 에너지기술의 총 본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부적 요인도 있지만 이 사업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연구체계를 확립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R&D 분야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기술 R&D 벨트, 중복연구 줄이고 융복합 기술개발 가능해"
"저유가는 우리에게 호기 … 고유가 시대 대비한 정책 준비해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연구 집중하겠다"

▲ 에너지 분야의 세계 동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요?

지금 벌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당분간 최대의 관심꺼리는 원유 가격이라고 봐야죠. 100달러를 상회하던 가격이 50달러 대까지 떨어져 세계 경제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죠. 이러한 때 기술 분야를 비롯해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 정책 당국자들과 관련 연구기관들의 판단이 중요한 때입니다.

▲ 과거 저유가 시대의 정책이 또 다시 반복될까 염려하는 것입니까?

에너지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서 유가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미국은 지속적인 원유 생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2013년 기후변화액션 계획에 이어 2014년에는 DOE(에너지부)에서 에너지 전략계획(strategic plan)을 수립, 2018년까지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효율적이면서 깨끗한 에너지 생산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갑작스러운 에너지 비용 증가로 2014년 4월 발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기후변화문제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 개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비슷한 정책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안정되면 국가 운영이나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왔던 것이 지난날 우리가 반복해왔던 일이죠. 언론에서도 저유가 시대를 맞이해 제일 큰 관심사는 역시 정치권의 무관심이지요. 저유가 시대에 항상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 에너지 정책의 역사였지요.

▲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발전상을 어떻게 그리고 있습니까?

출연연구원은 민간 연구원이나 대학과 성격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해 나가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창조 경제의 주역인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연구원으로서 업적을 남기기 위해 논문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용될 수 없다면, 다시 말해 실용성이 없다면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지난해 1연구원 1중소기업 지원제도인 ‘에너지 닥터’ 프로그램을 통해 1200건이 넘는 기술상담지원을 하고 공동연구를 확대했습니다.

▲ 에너지기술연구원 40년의 역사가 다가옵니다. 이제 세계 일류의 연구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기 위한 정치적 활동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우리 연구원이 효율 측면에서는 세계 수준의 8~90% 수준은 된다고 보여져요. 이제 우리도 따라가는 입장에서 선도하는 위치로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할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기술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어려운 분야입니다. 모든 산업의 기초가 에너지 기술이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안팎의 도움을 받아 추진해 보겠습니다.

2년 뒤면 설립 40주년, 이제는 선도하는 위치로 위상 높여갈 단계
"연구원 성장동력은 '화목'" … 밀어주고 끌어주는 '밀끌화합문화'
취임 후 모든 직원과 만나 대화 "터놓고 이야기하자"

▲ 미국 등 국제협력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주요 계획은?

우리 연구원의 글로벌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요. 취임 이후 선진 연구소와 국제 공동연구, 보유 기술 해외 이전, 국제 인력 교류, 이렇게 세 분야로 추진하고 있어요.

괄목할 만한 성과라면 미국 UKC에서 처음 개최한 우리 연구원의 에너지 유레카 포럼입니다. 제가 10년 넘게 재미 한인과학자협회 에너지분과 한국측 공동의장을 지내면서 실질적인 한미 과학기술협력 창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원장이 되고 나서야 꿈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초 UKC를 통해 첨단 에너지기술 공동개발 과제를 공고했고 43명의 재미 한인 과학자가 관심을 갖고 지원했습니다. 10명을 선발해 3개 과제를 올해부터 공동연구 하기로 했지요.

이밖에도 연구원은 미국의 신재생에너지연구소와 에너지 시스템 통합 분야 협력, 카자흐스탄과 태양열 시스템, 석탄가스화 연구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터키와는 순환유동층 보일러 설계 자문용역계약을 맺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주한 외국 대사관 인사들을 초청해 보유 기술 설명회를 개최해 기술 판로 홍보를 개최하기도 했지요.

▲ 연구원의 재정 상태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무슨 뜻인가요?

정부 정책의 효율성에 따른 것이라 비단 우리 연구원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능률성과급이나 기타 운영에 있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좀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 편성 방침에 따라 모든 기관들이 애로 사항을 겪는 것으로 이해됐다.)

▲ 우리나라에서 연구원들은 내부 잡음이 제일 많은 집단으로 꼽히고 있는데 에너지기술연구원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 30년 이상 몸 담은 곳이니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봐야죠. 신년사에서 마지막 부분에 ‘밀끌화합문화’를 발전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부분입니다. ‘밀끌’이라는 뜻은 남이 안 되도록 시기질투하지 말고 밀어주고 끌어주고 같이 잘 되자는 뜻에서 만든 용어입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지요. 제가 특출한 능력이 있다기 보다는 제 평생을 몸담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내의 건전한 문화를 정립하는 길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원장을 한 번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유사 이래로 가정이 화목해야 집안이 잘되고 직장 또한 화목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나아가 국태민안이란 말이 있듯이 국가가 편안해야 국민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원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모든 직원들을 한 번씩 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해보니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고 소통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람은 권부를 쥐었다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떠났을 때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면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한답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불평불만을 하기보다는 원장실 방문을 언제라도 활짝 열어 놓고 있을 테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합시다. 그리고 제가 찾아가도 언제라도 반갑게 맞이해 주십시오’ 하는 것이 제가 강조하는 연구원 운영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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