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펴야
신중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펴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09.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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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RPS 태양광 분야 입찰이 무산된 것과 관련 태양광 산업에 몰고올 파장이 심히 우려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18일 올 하반기 RPS 입찰물량이 없다는 공고를 내자 업계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해온 RPS 공급의무자의 연도별 의무달성 비율을 2024년 10%로 2년 연기하는 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터였다.

특히 하반기 입찰을 예상하고 상반기에 태양광발전소를 미리 건설한 많은 사업자에겐 이번 사태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업계는 하반기에 발이 묶이게 된 발전용량을 200MW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MW당 시공단가를 20억원씩으로 계산하면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흐름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입찰을 통해 금융조달(PF)을 할 계획이었던 많은 사업자들은 금융조달이 막히면 시공사(EPC)와 제조사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처럼 올해 묶여 있던 물량이 고스란히 내년 입찰에 참여하게 돼 경쟁이 기존보다 몇 배 더 치열해질까봐 업계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비정상적인 응찰가를 제출하거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발전사업자들이 터무니 없는 응찰가를 써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가뜩이나 REC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시공단가, 모듈과 인버터 단가 등에서 거품이 빠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REC 가격하락은 감내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하락을 넘어선 가격왜곡이 일어나면 태양광 전체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C 가격은 수의계약 단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당초 예상했던 그리드 패리티 시점을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내 산업 육성이나 발전소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EPC를 주로 맡아온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산 모듈을 사용하면 MW당 1억원이 차이가 난다. REC 가격이 이런 식으로 하락하면 중국산모듈을 쓸 수 밖에 없다. 시장과 산업의 왜곡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탄식했다.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시킨 정부의 시도도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 정부는 지난 19일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에너지설비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하는 안이 담긴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에너지위원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에너지원과의 형평성 문제와 화석연료 유래 에너지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재생에너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발전사의 RPS 의무이행을 손쉽게 만들어 주려는 의도가 너무나 훤히 보이는 대목이다.

RPS 가중치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목질계 바이오에너지의 사용량을 제한하겠다던 조치를 번복한 것도 정부가 처음부터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정부가 최근 의지를 보이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에 가장 부합하는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해양에너지 등 잠재량이 풍부하고 관련 기술개발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간 정부의 노력을 바탕으로 민간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태양광 분야에서 시장의 근본을 흔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둔갑시키는 것은 그동안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정부는 민간의 참여와 투자가 있어야만 신재생에너지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무색케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민간의 투자 의지를 꺽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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