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안전’한 에너지
모두를 위한 ‘안전’한 에너지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09.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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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공포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지만 땅이 꺼지면 속수무책이다. 무리한 지하공간 개발이 부메랑이 되어 맘놓고 달리지도 걷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평소엔 우리에게 없어선 안될 전기와 열을 공급해주지만 사고가 나면 싱크홀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 바로 에너지 설비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가스와 전력, 원자력 분야에서 국민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허술하고 무책임한 제도·정책 등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한국전력, 전기안전공사 등 관련 공기업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2009년 이후 올해 6월말까지 발생한 전기화재는 총 5만389건. 이 때문에 227명이 사망하고 1503명이 다쳤다. 재산피해액은 3544여억원에 달한다. 전체 화재사고 5건 중 1건이 전기로 인한 화재라고 한다. 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전체의 20%를 넘었다. 특히 2009~2012년 사이 감전사고로 173명이 죽고 2115명이 부상당했다. 전기기술자가 662명으로 가장 많았다. 15세 미만의 어린이도 363명으로 16%나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전기안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훈 의원은 “우리나라 1980년대 수준의 전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전체 화재사고 대비 전기화재 비율은 5%대에 불과하다”면서 “이유는 안전원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등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력 분야 작업자의 안전은 더욱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한전이 전기원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불법하도급, 작업인원 미준수 등에 대해서는 거의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정희 의원실에서 최근 5년간 배전협력회사 제재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재건수 총 448건 중 고압정전 유발이 193건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지도서 발행이 184건으로 2위, 안전사고 발생이 20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배전현장의 의무 작업인원 미준수에 대한 제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부실공사와 안전사고의 원인인 불법 하도급 문제는 최근 7년간 단 9건만 적발되는데 그쳤다.

배전협력업체가 작업 중 고압정전을 유발하게 되면 시공중지 3~5일, 벌금 200~500만원의 제재를 받는다. 안전보호장구 미착용 등에 따른 안전지도서를 3회 이상 받게 되면 시공중지 3일의 제재가 가해진다. 감전사고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중지 최소 10일에서 벌금 500만원, 시공중지 최대 6개월까지 제재가 뒤따른다.

이를 놓고 전정희 의원은 “고압정전 유발에 따른 제재가 가장 많다는 것은 한전이 배전협력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작업자의 안전보다는 정전에 따른 민원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외주·하청 노동자의 1인당 방사선 피폭량이 한국수력원자력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최대 2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한수원 출입 외주·하청업체 방사선 종사자 9594명의 총 피폭량은 1만1427mSv(밀리시버트), 1인당 약 0.64mSv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해 한수원 직원 5192명의 총 피폭량은 695mSv, 1인당 0.13mSv로 조사돼 외주·하청업체의 피폭량이 한수원 정규직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외주·협력업체 중에서도 원자로 주기를 정기적으로 정비하는 두산중공업 노동자에 대한 방사선 피폭량이 가장 높았다.

장윤석 의원은 “방사선 종사자라 해도 일반인 기준 2배 이상의 피폭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원자력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외주·하청업체라고 해서 정규직보다 훨씬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스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고압가스 배관이 묻혀 있는 곳 주변인데도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땅을 뚫고 파내는 위험천만한 공사가 한 해 동안 무려 1000건 가까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가스기술공사 자료에 따르면 4000km에 달하는 고압가스 배관 근처에서 미신고 굴착공사가 지난해에만 974건 발생해 대형 가스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 배관은 15km 당 1명의 안전 점검원이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배관 인근에서 다른 공사를 하려면 관계 기관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그런 다음 가스기술공사가 내보낸 안전관리원의 감독에 따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미신고 굴착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신고 굴착공사에 대해선 통계자료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어 대형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국민도, 생산·공급하는 종사자도 ‘안전’해야만 지속가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의 아픔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에너지 안전을 지키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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