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정산 패소, 반면교사 삼아야
사후정산 패소, 반면교사 삼아야
  • 조재강 기자
  • 승인 2014.05.26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유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사후정산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후정산이란 정유사가 일일 기준가를 고시하면 주유소가 현금을 주고 구입하고 대략 몇 주후 기준가도 정유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정산되는 방식이다. 구입 후 남은 금액은 포인트로 이월된다.

남은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이같이 정유사의 일방적으로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하기 때문에 주유소는 정유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큰 문제는 구입 시점에서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주유소가 정유사를 선택하는데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주유소들은 노력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12월 정유사에게 사후정산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유소가 주문 시 대략적인 가격을 입금한 후 제품을 인도받은 시점에서도 정확한 구입가격을 알지 못해 적정 판매가격을 책정함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유사가 타사의 동향을 살펴 최종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주유소가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4호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사후정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으로 사후정산 관행은 주유소에 꼭 불리한 관행이 아니며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정유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정유사들로부터 등급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는 관행이 주유소 모두의 불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결국 영세한 주유소들만 사후정산 관행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반면 사후정산으로 이익을 받는 주유소는 합법적인 보장을 받게 됐다. 10곳 중 절반 이상이 사후정산으로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손해자만 폐지를 외치는 형국에 승소가 가능했을까. 판결결과는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유소들 간의 보이지 않는 내분?이 패소의 원인임을 짐작하게 한다. 생계의 현실 앞에서는 대의도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소송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뜻을 하나로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고 말한 것 처럼, 최근 주유소협회가 주장하는 여러 사안들이 현실 가능한 것인지, 진정 관철시키기 위한다면 사후정산 판결을 반면교사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