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시민, 사회공헌 당연해”
“기업경쟁력 위해선 고용안정 필수”
“100% 비즈니스적 관점으로만 기업을 운영해서는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없다. CSR도 TUV 라인란드의 책임이다.”
카스텐 리네만(Carsten Lienemann) TUV라인란드 코리아 대표이사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철학을 담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마케팅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스텐 리네만 대표의 지적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존경받는 기업들은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기업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특화된 CSR활동을 펼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CSR 활동들에서 각사의 전략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TUV라인란드 그룹의 CSR활동은 철저한 현지화가 특징이다.
리네만 대표는 “TUV라인란드 코리아는 1987년 해외인증기관 중 최초로 국내에 진출했다”며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기업시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강화하는 기본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지인 중심의 인적 구성은 TUV라인란드가 진출한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재 TUV라인란드 코리아에는 10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독일인은 CEO를 포함해 단 2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이다. 5년 이상 근무하면 자녀의 대학학비까지 지원한다. 고용이 안정되고 복지가 좋기 때문에 직원들의 이직도 적은 편이다. 10년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리네만 대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60세가 넘더라도 채용한다”며 “실제 올해 초 58세의 엔지니어를 새로 뽑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용유연성이 높은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직원들의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없는 이유도 고용안정과 복지가 충분하고 원활한 소통과 투명한 경영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자랑이다.
■CSR,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카스텐 리네만 대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집중되는 봉사활동의 경우 경영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쇼나 매해 반복되는 이벤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며 “CSR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외계층에 김치나 연탄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CSR활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지향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TUV라인란드 그룹은 공기업의 성격이 강하고 다양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의 대부분을 교육과 인증서비스를 위한 R&D에 재투자하고 있다. 직원들도 이부분에 대단한 자부심을 표하고 있다.
리네만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이 CSR에 대한 직원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CSR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왜 필요한지 직원들이 알아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진출한 국가의 경제적 격차에 따라 CSR 활동의 방법론도 변화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회사가 입주한 건물 1층 로비에 아트갤러리를 설치했다.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무료로 제공해 현재까지 50여명 이상의 예술가들을 지원했다. 1~2개월 단위로 작품이 교체된다. 사회적 이익을 위해, 즉 미술관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1층 로비에 공간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화장실과 도서관을 만들어 위생과 지식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교육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중국에 큰 지진이 났을 때는 그룹차원에서 30만 달러를 들여 학교를 건립하는 등 피해복구에 사용했다.
■인증에도 CSR개념 담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에코빌리지(ECO VILLAGE)인증사업도 국내 지역경제를 고려한 사회공헌의 일부다. 지난 4월 세계 최초의 친환경 마을 인증을 받은 충북 한드미 마을의 경우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수익 등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네만 대표는 “마을에 가서 주민들을 만났는데 인증을 받은 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진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며 “현재 강원도 4곳, 충청도 2곳의 지자체와 인증관련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경우 이런 친환경적인 마을을 여행하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숙소에서 묵는 해외 여행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국내 지자체도 이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에너지기업들의 CSR에 대한 조언을 구했더니 기본에 충실한 답이 되돌아왔다. 그는 “공기업은 민간기업만큼 수익성을 추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CSR에 소요되는 금액의 크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직원들 중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저소득층 자녀나 소년소녀 가장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재능기부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리네만 대표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보다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에너지 공기업들의 일차적 임무”이라며 “기업시민으로써 한국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직원 모두가 고민한다면 좋은 방법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