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 감당할 체력부터 길러야
투자위험 감당할 체력부터 길러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10.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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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와 한전 발전자회사의 해외투자가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의 경우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업타당성 분석이 진행된 것인지, 분석 과정에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석유공사의 경우 2009년 2월 6억4600만 달러(7000억)에 인수한 페루의 사비아페루는 인수계약서 작성 1주일 만에 각종 의혹과 페루 정부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석유처분권은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7500만 달러 규모의 배상금 지불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같은 해 12월 3조7000억에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는 인수과정과 인수 후 자산재평가에 따른 손실만 8000억 규모에 이른다. 같은 달 카자흐스탄 숨베 광구를 3억6100만 달러(4000억)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뇌물수수로 석유공사 직원이 구속됐다.

한전 발전자회사들도 수익성 창출을 위해 앞다퉈 해외사업에 나섰지만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한 기업의 경우 사업 타당성분석 용역보고서의 내용 중 검증되지도 않은 단순가정치를 근거로 내부수익률(IRR)을 정했다.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면서 판매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확인되지 않은 검토의견까지 첨부해 원안 의결됐다. 그 후 수익성이 악화돼 내부수익률이 1/3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이사회 재의결 없이 출자를 강행했다. 게다가 사업 철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사회에서 사업철수를 결정한 이후 현지 법인 파산 과정이 진행 중이지만 현지 법원의 처리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완전 정리까지는 2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손해만 100억을 넘는다는 분석이다.

공기업이 자신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해외투자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해외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석력과 정보력, 그리고 내부 시스템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돈가방을 들고 해외로 나선 것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돈을 들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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