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3년간 공들인 25조원 규모의 터키원전 수주가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의 외화보유액을 직접 활용한 것으로 보이고 일본은 조달금리가 우리보다 저렴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터키정부와 사업비 보증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어온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전수주가 어려웠던 이유가 과연 이뿐일까. 얼마 전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적인 원자력행사 때문에 원자력산업계·학계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한 인사가 “일본사람들 참 얄미워요.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이미 저 먼일인 듯 얘기하면서 지난해 한국의 납품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물어보고 꼬집어대는데 어찌나 노골적이던지, 그 때문인지 남아공 정부 인사들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것 같아 식은땀 좀 흘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원전을 수주하면서 그간 세계원전수주를 주도해오던 일본 등 선진국들의 방해가 심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고리원전에서 정비를 받은 지 18시간 만에 발전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다시 접했다. 안팎으로 원전에 대한 신뢰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이것이 치열한 국제비즈니스에까지 고스란히 이용되고 있다.
분명 안정적인 운영과 무고장을 유지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왕도이다. 여기에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아주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고 이 같은 정보를 정부와 외부에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 우리나라 원전산업계는 과거보다 조금씩이나마 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안을 시민과 다른 나라에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 전달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하지 않는데 있다.
정보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아주 쉽게 바뀌어 인식된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은 사고마다 각기 위험등급이 매겨져있고 이를 처리하거나 대처하는 방법이 분명 존재하며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또 스위스와 같은 국가에서는 원전에서 나온 온배수로 양식을 해 매년 낚시대회까지 하는 등 원전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민들에게 원전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근원’이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극단적인 양 측면만이 뇌리에 존재한다.
결국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시민들에게 이는 ‘아주 큰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원전은 일률적으로 부정적으로 대할 대상이 아니라 건전하게 비판하고 평가할 대상이 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했던 홍보방식과 정보전달을 좀 더 다각화하고 색다른 시도도 있어야 한다. 시민들 간 원전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교류가 생긴다면 원전에 대한 과도한 선입견이 개선될 것이다. 원전산업의 발전이 국민수용성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짐이 아니라 함께 가는 ‘바퀴’요 ‘아군’으로 대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