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으셔야만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원자력산업회의 조찬모임에서 최태현 원전산업정책관과 송명재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의 목소리는 간곡했다. 최 정책관과 송 이사장은 연설의 처음과 끝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라는 점을 되풀이하며 이제는 정부 주도의 원전정책 패러다임이 통하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국민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원전건설은 물론 유지도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산업부의 업무보고 이후, 박근혜 정부인사들 중 일각은 정권 초기에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며 이 문제를 좀 더 뒤로 미루자는 얘기를 한 모양이다. 하지만 원전산업 관계자들은 정치를 떠나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인 현실을 정권이 직시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산업부는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원전정책 전반에 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보고하고 서둘러 공론화작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역시 사용후핵연료 대책을 마련하는데 국민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의견수렴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 인사가 국민들의 의견을 충실히 들어야한다는 목소리와 달리 원전건설은 여전히 정부의 복안 속에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산업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바와 같이 올해 8월에 있을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라 원전정책을 추진할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미 5차 전력수급계획까지 확정된 원전은 예정대로 건설한다는 조항이 달려있었다. 조항대로라면 현재 23기에서 2024년에는 34기까지 원전이 11기 증설된다.
산업부는 이미 기존 전력수급계획시 합의된 사안이니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시 원전건설계획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후로 ‘유보’하기로 한 것과 달리 건설계획을 ‘확정’한 것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이후 변화된 국민수용성에 따라 원전건설을 신중히 검토하고자 한 그간의 태도를 뒤집고 원래 정해진 것이니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말할 수 있는가.
그간 많은 정부정책들이 합의과정을 일개 통과점으로 치부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태도가 변했다고 볼 수 없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 국민과의 합의과정을 단순히 요식행위로 그치지 않겠다고 말한 정부 인사들의 말이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