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의 추억
‘유공’의 추억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3.02.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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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에너지부문 중 완전 자유화된 시장은 석유가 유일하다. 국내 석유시장은 1998년 유공에서 SK로 상호가 바뀌면서 민간에게 100% 개방된 상태가 됐다.  

이후 현재 4개의 정유사가 국내유통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개방 초기에는 정부가 해외석유회사의 국내시장 점유를 두려워해 진입을 막는 등 지원을 했다. 그 결과 정유 4사가 총 285만5000b/d로 세계 5위의 정제능력을 갖추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상태다.

정유 4사의 판매량 역시 2005년 이후 국내 휘발유만을 기준으로 99%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이들 4개사의 과점적 지위는 이미 고착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현재 석유제품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의심이 바로 국내석유제품 공급사가 단 4개사에 불과해 가격담합 가능성이 높다는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내석유제품가격의 비대칭성, 정유사의 가격결정방식과 이윤의 적정성, 유류세의 비중 등 석유가격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석유시장에 대한 정부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이중 알뜰주유소는 정부의 시장참여 중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 기존주유소 매입자금 등을 지원하고 세금감면율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왔다.

또 삼성토탈과 휘발유 공급계약을 체결해, 현물구매량 비율을 확대하고 해외직수입을 추진하는 등 공급가 인
하방안을 강구해 왔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사업자가 법을 악용해 저렴한 공급가격을 모두 반영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세제해택까지 누리는 등 부당한 초과수익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 나돌고 있다. 또한 이 제도가 주유소 간 경쟁을 초래할 뿐 정유사의 과점시장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정부가 신규사업자 진입을 통해 가격경쟁의 촉진을 노려보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 시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혹자는 “정부의 고위 관료 중에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시장에 진입해 국민을 위해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동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도 있는 것 같다”고 비꼬는 이도 있다. 

정유사의 원가자료부재와 석유제품의 유통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정부가 각각의 주유소에 POS를 설치하려는 정책은 개별사업자들과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POS를 설치함으로써 가짜석유의 유통근절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기업의 담합이 아니라면 현재 국내 석유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가스직도입 등 에너지시장에 대한 민영화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가격의 현실화는 있겠지만 에너지시장의 특성상 정부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급격한 요금상승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켜 왔다. 그럴 때 마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유공의 민영화 사례를 거론하고 정부가 조정할 수없는 현 석유시장의 현상들을 꼬집는다.

어찌됐든 정부가 정책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야만 할 것이다. 추억 속에나 있어야 할 ‘유공’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업계인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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