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2.12.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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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급격히 소모되는 겨울철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 화력발전소가 최대치로 가동되고 있다. 여름에는 냉방기기로, 겨울에는 전기난방사용 증가로 간절기에 이뤄져야할 계획정비를 받지 못한 채 질주하는 기관차마냥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한 운영은 발전소 증설로 전력공급이 대폭 늘어나는 2014년까지로 전망된다. 반면 정말로 발전소에 무리를 주는 요인은 2014년이 지난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혼소연료’의 사용이 그것이다.

혼소는 고열량탄과 저열량의 타에너지원을 함께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뜻하는데, 예를 들면 갈탄이나 하수슬러지 등을 고열량탄과 함께 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혼소는 하수슬러지와 같은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열량면에서는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발전소의 본래 설계수명이 6300kcal대의 고열량탄만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돼있다는 점이다. 현재 혼소로 발전소가 사용하는 발전원의 열량은 5400kcal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혼소로 인한 무리한 운영으로 예비부품과 설비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혼소를 오래 이용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화력발전부문 학계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혼소를 하지 않는 발전사는 현재 단 한곳도 없다. 발전사 모두가 ‘공통의 불안’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전소들이 이렇듯 혼소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발전사간 심화된 경쟁구도에 있다.

현재 전력구매는 한전이 구입하지만 전력거래소에서 이를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거래소는 각 발전사가 원가를 포함해 제시한 전력구입가 중 가장 높은 금액의 다음단계 가격으로 전력구입비를 산정하고 가장 많은 구입가를 제시한 곳은 전력생산비중을 낮춰 생산량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발전사 모두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발전량이 줄어들어 매출이 하락하면 이는 즉시 기재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발전소가 혼소연료를 쓰는 이유는 신재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발전사 예산의 90%를 차지하는 연료비를 다소 아낄수 있는 ‘저렴함’에 있다.

전력구입가를 제출하기 위해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출할 수 있다면 그만큼 전력구입비로 보는 이득이 많아진다.

하지만 최소 몇백억에서 조단위의 건설비가 소요되는 발전소의 건설과 설비를 고려한다면 장기간으로 보았을 때 이는 국가적인 손해가 분명하다. 경쟁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발전사의 분할과 경쟁구도로 좋은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의견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연료구입면에서 국내업계간 소통부재와 경쟁으로 구매파워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분할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 발전사 관계자들은 향후 지방이전 등으로 소통부재가 심화되고 효율이 떨어지는 면이 부각될 경우, 발전사간 통합을 고려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두 개 정도의 대형발전사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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