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전력산업 구조 양산
기형적 전력산업 구조 양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2.10.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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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측면서만 접근한 구조개편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산업 양 쪽 봐야하는 근본적 딜레마

 


우리 전력산업의 가장 큰 모순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추진됐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노무현 정부에서 올스톱됐다.

그 결과 한전의 발전부문만이 발전자회사로 독립돼 있고 송ㆍ변전과 배전, 판매부문은 그대로 한전이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게 됐다.

전력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기형적 구조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식으로라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이해 당사자인 한전은 기회가 될 때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끊임없이 갈등을 양산하고 있는데 정부는 무대응 혹은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소모적 논쟁만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는 우리 스스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력산업을 육성할 수 없다는 데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도 이 문제는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편을 추진했던 지경부는 아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일종의 책임 회피다.

일은 저질러놨는데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구조개편을 추진할 당시부터 에너지와 산업에 대한 정부 스스로의 확실한 기준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정부조차도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일을 추진했고 또 정부가 바뀌면서 그 방향 역시 180도 바뀌고 말았다.

파국으로 흘러간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뿌리에는 에너지 문제를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보는 시각의 부재가 존재하고 있고 그 원인은 바로 에너지 독립부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전력구조개편의 핵심은 전력과 산업을 어떻게 조화해 나갈 것인가였다. 그런데 구조개편을 추진할 당시 일을 주도했던 인물들에 전력 전문가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대부분이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일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구조개편은 경제적·산업적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결국 전력이라는 전문적이고 특수성을 가진 에너지의 성격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산업의 효율성이 구조개편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나중에 가서 과연 구조개편이 정말 옳은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고 만 것이다. 에너지 독립부처가 있었다면 과연 이런 넌센스가 일어났을까.         
 
전기요금 문제에서도 에너지 독립부처 부재 문제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의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에 머물고 있고 이 부분을 바로 잡지 않고는 한전의 적자 문제를 떠나 여러 심각한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지경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전기요금 인상은 항상 걸림돌에 봉착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정부의 부담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경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더 정확하게는 산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

최근 전기요금 4.9% 인상은 지경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5%를 넘지 않으려는 애들 장난 같은 인상률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면 10%가 됐든 20%가 됐든 올려야 하고, 적어도 가장 최선의 인상안을 찾기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항상 경제와 산업의 논리 앞에 좌초되고 말았다.

지경부 자체가 에너지와 산업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는 부처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전형적인 현상인 것이다. 에너지와 산업의 두 가지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부처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데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국제적인 자원경쟁의 심화, 환경규제의 강화라는 상황과 맞물려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자원 전담부처 설립은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작은 정부로의 전환으로 인해 동력자원부가 해체된 후 20여 년간 ‘콘트롤 타워’를 잃어버린 우리 에너지산업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에너지·자원 자립도 제고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에너지·자원 전담부처(동력자원부의 부활)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 2회에 걸쳐 기획보도를 함으로써 여론조성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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