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시장에 나가지 않으면 R&D가 아니다”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시장에 나가지 않으면 R&D가 아니다”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2.08.20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의·혁신·융합으로 미래 비전 수립
에너지기술 한류로 수출산업화 앞장
글로벌 무대 뛰는 중소기업 나올 것

▲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안남성 원장의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는 ‘KETEP 중장기 비전 및 전략수립 워크숍’이 열린 14일 오전에 진행됐다. 에기평은 조만간 새로운 비전을 대내외에 선포하기 위한 작업 중인데 이번 워크숍도 그 중 하나다. 설립된 지 3년 남짓된 에기평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안 원장은 “현재 에기평의 비전인 ‘산업화 가치를 창출하는 KETEP’은 하나의 미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직원들에게 에기평의 비전을 수립하는데 있어 창의·혁신·융합, 이 세 가지를 꼭 넣어달라고 당부하고 왔다”고 전했다. 인터뷰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안남성 원장의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는 ‘KETEP 중장기 비전 및 전략수립 워크숍’이 열린 14일 오전에 진행됐다. 에기평은 조만간 새로운 비전을 대내외에 선포하기 위한 작업 중인데 이번 워크숍도 그 중 하나다. 설립된 지 3년 남짓된 에기평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안 원장은 “현재 에기평의 비전인 ‘산업화 가치를 창출하는 KETEP’은 하나의 미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직원들에게 에기평의 비전을 수립하는데 있어 창의·혁신·융합, 이 세 가지를 꼭 넣어달라고 당부하고 왔다”고 전했다. 인터뷰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기후변화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기술개발, 신재생에너지 모두 기후변화에서 나온다. UN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550ppm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전력기술연구원(EPRI)은 앞으로 1차 에너지의 50%를 전력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이걸 충당하는 에너지원이 현 수준에서 예상되는 10, 20년 후 기술로는 불가능하고 훨씬 더 혁신적인 기술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는 사실이다”

현존하는, 개발 중인, 예상되는 기술로는 기후변화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창의성’을 살린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미 EPRI의 예측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후변화 정책은 곧 기술개발 정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기술은 따라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 원장이 말하는 ‘혁신’이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여러 요소기술도 많고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상품과 여기에 들어가는 기술이다. 
“우리 에기평은 노벨상을 받는 기술을 지원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노베이션(혁신) 기술을 발굴, 육성해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안 원장이 에기평에 처음 와서 강조한 부분이다.

그가 꼽는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폰이다. 그는 “아이폰에는 신기술은 없다. 기존 기술을 고객이 원하는 것들만 모아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에너지 분야 역시 여러 기술이 있는데 이 중 시장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나 기술을 패키지로 융합시켜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R&D 과제 평가에서 성공·실패의 잣대를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매출, 고용 창출을 얼마나 했는지, 비용(코스트)을 얼마나 절감했는지를 평가기준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기술적인 완성도는 의미가 적다. R&D의 목표, 지향점은 시장이다”며 “시장에 나가지 않으면 R&D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기평이 그리고 있는 새로운 비전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융합이란 철학적인 문제다. 사회 인프라는 4가지 섹터로 되어 있다. 에너지·수송·파워시스템·커뮤니케이션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굴러가는데 한 가지 기술이 어떤 섹터에 들어가서 맞물려 돌아가기가 굉장히 어렵다. 스팀엔진과 산업혁명, 기차와 석탄연료가 그랬고 자동차와 석유, 가스, 라디오·TV 시대를 들 수 있다”
안 원장은 미래에는 통신기술이 새로운 톱니바퀴를 만들어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스마트폰이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듯이 에너지 분야에서도 분산형 전원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민주화가 도래한다는 관측이다. IT와 에너지기술의 융합이 필요한 대목이다. 

안 원장의 이같은 생각은 취임 후 100일 동안 그가 보여준 행보와 일치한다. 에기평은 최근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기술에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시켜 R&D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고, PD 중심의 중대형 과제 기획 강화와 R&D 관리와 성과 확산기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정책개발-기획-평가관리-성과확산으로 이어지는 전주기에서 성과확산의 중요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국내 기술을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어 중복기술을 발견하고 해외 기술DB와 비교해 상품개발에 참고할 계획이다.

그는 “에너지기술의 상품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과 확산, 즉 활용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까지 무시됐던 것 같다. 내년 과제부터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할 때 상품 가능 여부를 보려고 한다. 그래서 경영·경제학과 교수를 평가위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기술의 수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 안 원장의 구상이다. 그는 “에너지기술 R&D를 통한 녹색성장에 기여한다는 에기평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기반을 지난 3년간 닦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시장성 높은 에너지 R&D 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력하겠다. 그동안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원자력, 전력 계통에서 활동하면서 연구개발을 포함해 정책, 경영, 시장 분야에서 닦은 기량을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 그린에너지 분야 핵심기술을 차세대 수출산업화, 신성장동력 엔진으로 키울 계획이다. 또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형·상용화 R&D를 추진하는 동시에 에너지 융복합 기술개발에 나선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에너지 기술의 한류화와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 원장은 “케이팝처럼 ‘에너지기술 한류(K-ET, Korea-Energy Technology)’를 앞세워 국내 에너지 기술의 한류화를 통해 에너지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유수 연구소와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현지 마케팅을 통해 에너지기술과 상품의 시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기업 스스로 글로벌 결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 주기에 대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중대형 신규과제부터 R&D 지원비율을 올해 30%에서 2020년 50% 이상 확대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다소비기기의 효율읖 높이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에너지기술개발 등 ‘복지형’ 에너지 R&D도 추진한다.

안 원장은 “중소·중견기업에 에너지 R&D 정부지원금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시대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에너지 효율 분야는 중소기업에게 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에기평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같은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전문가 특강을 매달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임급 이하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주니어 보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통통통 KETEP’을 만들어 사내 소통의 장도 만들었다. 

한편,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기존 에너지 R&D관리 전담기관 4곳(에너지관리공단·신재생에너지센터·전력기반조성센터·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의 통합이 결정되면서 에너지기본법 제정과 함께 2009년 5월 출범했다.

에너지기술개발과 에너지기술혁신 기반을 조성해 안정적, 효율적, 환경 친화적인 국가에너지 수급구조를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에너지 기술 R&D ‘기획-평가-관리 통합’ 전담기관으로서 전주기적 관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기술개발사업과 관련된 ▲정책 수립 ▲기획·평가·관리 ▲사업비의 운용·관리 ▲에너지기술분야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및 국제공동 연구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에기평은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 중장기 에너지기술개발 전략수립을 위한 로드맵을 도출하고 있다. 이와 연계한 과제 기획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가장 훌륭한 제안서를 제출한 전문가가 과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공정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R&D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체계가 강화됨에 따라 양자간 협의체를 구축해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발굴·추진하는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 이산화탄소 회수저장 리더스포럼(CSLF) 등이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미래 에너지혁신기술분야 선도인력과 기업맞춤형 고급인력 배출을 위한 인력양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 안남성 원장은

안남성 원장은 1955년생으로 부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과와 위스콘신주립대 원자력공학과 석사를 거쳐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한전에 입사해 한전 전력연구원 안전분석그룹장, 기술정책팀장을 비롯해 한전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한전 근무 당시 뉴욕사무소에서 MIT 공동연구 과제관리를 수행했으며, 미 중앙전력연구소(EPRI) 수석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안 원장은 원자력공학 출신이지만 에너지정책 전문가로서 이력을 쌓아왔다. 박사 논문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R&D 프로젝트를 다룬 것을 시작으로 에너지기술, 에너지수급정책, 전력시장 등 에너지 정책 관련 활동을 주로 해왔다. 원장 취임 전에는 우송대 솔브리지 국제경영대에서 3년 동안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학을 강의했다. 이 같은 이력을 살려 국가 에너지 R&D 수장으로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 R&D 전략을 수립,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