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에너지효율 같이 고민해야
전력수급·에너지효율 같이 고민해야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2.07.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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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바람직한 전기요금 체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열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됐다. 토론 참석자들은 요금이 결정되는 ‘규칙’을 만들어 산업과 일반 등 수용가들이 계획성 있는 절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다. 실시간 요금제, 일별 요금제 등 시간 기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연료비 연동제, 유인규제제도 등 다양한 요금체계를 통해 전기요금 결정체계를 탄력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부문별 효율개선과 국내 전력수급 상황에 맞는 요금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다양한 발표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간기준 요금제 도입 검토

외국은 여러 판매사업자가 있고 판매사업자들이 공정하게 자기의 전력을 써달라며 다양한 요금메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업자에게도 유리하고 소비자에게도 득이 된다. 사회 전체적인 후생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점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시간 기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연료비 연동제, 유인규제제도 등을 도입해 전기요금 결정체계를 탄력화, 공식화해야 한다.
요금 결정은 수용가의 에너지효율 향상 유인을 약화하지 않으면서 사업자의 수입 안정성을 확보해 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수용가간의 공정한 비용 배분은 필수다. 한번 만들어진 교차보조 해소는 상당히 어렵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 인위적인 교차보조는 피해야 한다.
평균비용과 한계비용의 반영도 선택해야 한다. 평균비용은 투자보수율 규제 중 요금수입과 비용이 일치해 공정하나 경제성은 떨어진다. 한계비용은 수용가별 공급비용을 잘 반영하고 효율적 소비를 유인하지만 구체적인 소매요금 설정이 어려워 현실성이 낮다.
단기가격과 장기가격 신호를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비용을 반영하는 요금은  효율적인 투자의사 결정에 기여한다. 다만 수요반응을 고려할 땐 단기비용이 적합하다.
요금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전기가 가지는 필수재적인 부분을 감안할 때 에너지 비용부담이 소득에 비해 과하다면 별도의 요금제도나 할인이 필요하다.
요금의 단순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신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고 소비자가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용의 경우 요금구조보다 부담할 요금총액에 관심이 많은 것을 유의해야 한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독립적 규제기관이 요금 결정해야

단순히 산업용과 주택용 중 어떤 것이 높으냐하는 형평성 논쟁보다는 부문별 효율 개선과 국내 전력수급 상황에 맞는 요금제를 검토해야 한다.
현재 전기요금 논쟁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정용 전기요금의 산술적 형평성 여부에 치우쳐 있다. 양쪽 모두 근거가 약한 논리다. 대수용가가 가정용보다 전력공급 비용은 저렴하나 개방된 선진 전력시장의 부문간 요금비율을 국내 상황에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이미 주요 유럽선진국은 물론 지난 2006년에는 일본을 추월했다. 이같은 급증세는 산업용이 주도하고 있으며 상업용의 증가세도 높은 편이다. 산업용과 상업용 요금은 산술적 형평성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 개선측면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는 동계부하가 하계부하를 추월함에 따라 촉발된 발전설비 정비기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2009년 동계부하가 하계부하를 추월하면서 정비기간에 하계와 동계 부하에 의해 ‘샌드위치’ 압박을 받고 있다.   
막대한 송배전 비용도 문제다. 반도체, LCD 등 경기지역의 수요 급증으로 전기는 북상조류의 형태를 띄고 있어 전기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한반도 남부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수도권에서 값싸게 이용하는 편이므로 수도권 지역 수용가의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계를 고려해야 하는 지경부와 서민경제 문제에서 떠날 수 없는 기재부의 협의만으로는 전력요금을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두 부처의 협의가 아닌 독립적인 전문규제기관이 요금을 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업본부장


일방적 산업용요금 인상 안된다

과도하고 임시방편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 개인적으로 정부가 산업용 전기를 올리는 이유는 저항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전력산업 적자를 이유로 비계획적이고 일방적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체계적이고 예측가능한 장기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결코 싸지 않으며 요금 인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기존 인상된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 효과를 반영한 후에 인상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요금 인상에 따른 회수율은 향후 1년이 기준이며 산업용 원가회수율은 92.4%이고 주택용은 84.7%로 분석된다. 인상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기 전 재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난 1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 걸쳐 61% 인상된 결과 원가회수율이 92.4%로 주택용의 84.7%보다 높았다. 사업장까지 전기 공급을 위해 철탑, 변전소, 전선의 건설 및 유지보수비도 자체 부담하므로 실제 원가회수율은 더 상승할 것이다.
산업용 전기가 보조를 받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산업용 전력은 보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교차보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 4월까지 산업용이 다른 용도에 교차보조로 지원한 금액이 연 87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있다.
원가회수율과 전기요금 인상률의 관계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전이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회수율이 90.9%가 된다고 밝힌바 있다. 2010년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이 90.2%일 때, 한전의 영업이익은 2조2599억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90.9%의 원가회수율임에도 왜 전기료를 13.1% 인상해야 하는가.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요금 인상으로 전력수요 조절

정부가 전력공급을 늘리고 전기요금의 점진적 인상을 통해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의 점진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정부나 이해당사자들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주장과 부정확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 우리나라 산업용 요금이 가장 비싸다고 발표한 전경련 자료는 IEA 24국 중 단 6개국만 포함돼 있다. 이들 24개국 중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9번째로 높은 것으로 돼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을 완화하자는 주장도 부적절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료만큼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무분별하게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이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선진국과 단순비교하며 전기료가 과다하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반면 대기업 산업용 전기요금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한계투자 성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을 지속하고 그 곳에서 생긴 적자를 서민과 중소기업의 전기요금을 인상해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재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를 저해한다.
전기수요 증가율이 설비용량 증가율보다 높으므로 수요억제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명분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전기수요 증가율이 높은 쪽 요금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년간 전기설비용량이 27% 증가할 때 주택용 수요는 22%, 산업용 수요는 43% 증가했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조영철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장


요금 개편 현 정부서 해결해야

전기요금 규제는 기본적으로 지속불가능한 정책이다. 이미 한계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전기요금 규제로 한전의 개별 부채는 2007년 2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50조3000억원으로 2.3배 증가했다. 현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에 의한 한전 부채 증가로 인해 다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되고 물가정책 운영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말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정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
단기적으로 주택용 누진제는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해야 하고 농사용 전기요금 역시 기업농은 제외해야 마땅하다. 부하관리와 전기절약 연계 요금제를 도입하고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정부의 요금규제 재량권을 축소해야 한다.
물가 안정은 거시경제 정책 수단으로 해야 하며 물가안정을 위해 개별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전기요금 규제라는 가격보조 방식의 산업계 지원도 타당하지 않다. 전기요금을 규제해야만 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지속 불가능한 가짜경쟁력이나 다름없다. 산업계가 지원이 필요하다면 조세감면이나 R&D 지원, 에너지빈곤층은 소득보조 방식이 타당하다.
전기요금을 계속 억제할 경우 전력수급기본계획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전기요금과 타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 차이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요 전망보다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송전비용의 원가반영 문제도 해당된다. 최근 밀양 송전탑 인근 주민의 분신사건은 한전이 충분히 보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송전설비 주변 주민의 피해보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고 수도권의 초과수요에 대한 송전비용의 지역별 원가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에너지전환 비용 반영 논의해야

새로운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타당하다. 현행 전기요금은 한국경제구조를 에너지다소비 구조로 고착화하고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난 기존 에너지공급 중심의 저가격 기조에 머물게 하고 있다.
특히 주택용 전기와 에너지 복지 관점에서 전기를 인간의 보편적 서비스로 인정해 에너지 기본권 즉, 적정필요 전력량을 보장하되 그 이상의 사용량은 누진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가격 정책면에서 수급 안정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탈핵·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탈핵 주장이 거세지자 핵발전을 통한 전기요금과 같은 경제적 쟁점을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까지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에너지 전환비용을 전기요금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단계적으로 탈핵·에너지 전환 과정에 필요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고 전기요금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과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바람직한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전력수급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포함하면서도 그 이상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도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요금 개편은 상당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기요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 자체가 참여적인 사회 공론화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원가 공개 등 기본 자료가 투명해야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해 9·15 정전사고 이후로 정부는 체계 개편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민간발전사업자를 육성하는 방안 또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요금의 지속적인 인상도 예고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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