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환 대한건축사협회 친환경건축연구원 전문위원
“건축계 소외된 RHO 실효성 없어”
이규환 대한건축사협회 친환경건축연구원 전문위원
“건축계 소외된 RHO 실효성 없어”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2.07.0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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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직접적 영향 받을 사람의 입장 반영 안돼
“패시브 공법으로도 신재생 도입 가능”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의 시대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제도가 본격 시행된 올해, 이젠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RHO)제도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RHO제도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1차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1만㎡ 이상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10~12%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방안이 제도화될 경우 해당 건물주는 연간 열 소비량 대비 적정량을 신재생열에너지로 공급해야한다.

지난달 25일 만난 대한건축사협회 친환경건축연구원의 이규환 전문위원은 우선 1년이라는 제도 마련 기간 동안 건축사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당황스러워했다.
이 위원은 “발표된 실행방안에 따르면 건축주들이 의무를 진다. 그런데 건물 신축할 때 건축주가 가장 먼저 상의하는 이가 건축사들이다. RHO의 경우 법안 시행 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이들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고 밑그림이 그려진 격”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열에너지 생산 설비를 개별 신축 건축물에 도입해야한다는 건 지금부터 착공 과정에서 설비의 적용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건축사들은 새로운 설비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지 여부뿐만 아니라, 고효율 에너지 이용에 필요한 설비가 어떤 것인지 검토한다. 건축계의 고민은 ‘패시브 하우스 공법’에 반영됐다.

이 위원은 “패시브 하우스는 새로운 에너지 생산 설비를 적극적으로 추가하는 액티브 하우스와 다르다. 패시브 공법을 적용해 기존 건물의 단열(벽체?창호 단열)과 환기 시스템만 보강해도 건물의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보다 일단은 패시브 건축의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투자 대비 효과적이라는 게 현재 건축업계의 입장이다. RHO 제도 적용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패시브 건축 공법으로 리모델링할 경우 건축비 10%의 상승폭만 감당하면 50% 이상 에너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추가하면 30~50%까지 비용 상승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 위원의 생각이다.

비용 대비 에너지효율이 낮음을 지적한 이 위원의 발언은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기술개발 현안과 맞닿아 있다. 그는 “비용을 더 많이 투자해도 에너지효율이 높다면 건축물에 적용할만하다. 태양열이나 지열 같은 열에너지 생산 설비는 태양광발전보다 효율이 높지만 현재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들은 실제 적용가능한 수준의 고효율이 아닌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패시브 하우스라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냉·난방 6~70%, 급탕 20% 전후, 조명 등 가전도구 사용에 10~15%로 분포된 에너지 이용률에서 패시브 공법(단열?환기)으로 변환 불가능한 전기 생산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즉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0%는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된다. “건축물 자체적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치를 정해놨다. 2017년까지 패시브하우스 구축하고 2025년까지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완성한다는 장기 플랜을 갖고 있다. 250mm단열, 진공단열, LED 조명,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많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는 초기비용이 전체 에너지 생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서울시가 가정용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발표한 것도 초기설치비용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이 위원은 신재생에너지 적용과 같은 에너지 정책들을 특정 부처(지경부)의 관점에서 한 발 물러나 넓게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건축 관련한 대부분의 행정은 국토해양부에서 관리한다. 건축물 자체 에너지 효율 높이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안은 지식경제부 소관이죠. 신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를 건축물에 적용할 경우 상식적으로 두 부서가 협의해서 신설될 법안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 부서의 일방적인 입장만 반영해서는 활성화되기 힘들다”

이 위원은 RHO 제도 도입에 있어 건축사협회 입장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목소리만큼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일선 현장 목소리를 무시한 제도 도입은 취지에 무관하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현재 건축업계에서 신재생열에너지 설비에 대한 수요는 사실 없다. 비용 대비 효율만 따졌을 때 지금 당장 신재생설비를 누가 설치하겠나. 내수 기반 확보나 보급 확장의 측면에서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면 무엇보다 실제 건축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체계적인 도입 논의 없는 장밋빛 전망은 위험하다. 신재생열에너지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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