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주유소협회 회장 일문일답
“세금으로 일부 알뜰주유소만 혜택 줘서는 안돼”
김문수 주유소협회 회장 일문일답
“세금으로 일부 알뜰주유소만 혜택 줘서는 안돼”
  • 안효진 기자
  • 승인 2012.06.25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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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경쟁 아닌 ‘정유사 경쟁’ 이뤄져야

- 동맹휴업 등 단체행동 계획을 밝힌 이유는.
▲주유소업계는 열악한 매출 이익률로 유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이미 주유소 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전국 주유소 수는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차장법을 개정해 공공기관 주차장에 새 주유소를 만들겠다는 것은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정책이다.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동맹 휴업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기로 했다.

- 동맹휴업은 언제하고 얼마나 참여하는가.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나 우선 협회 지도부부터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그래도 정부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회원사들의 의견에 따라 동맹휴업 등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할 계획이다.

- 알뜰주유소보다 공공기관 주차장에 알뜰주유소 세우는 것이 더 심각한 것인가.
▲정부는 우선 서울 화랑대역 환승주차장에 알뜰주유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인데 이것을 그대로 둔다면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공기관 주차장은 전국에 무수히 많고 지방정부가 산하기관 주차장에 주유소를 세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자영주유소들의 위기감은 매우 심각하다.

- 정부가 저렴한 기름 값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정부 정책은 마치 주유소를 고유가의 주범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정작 주유소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4% 정도의 매출이익 중에서 카드수수료 1.5%와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주유소 운영자가 가져가는 순수익은 1% 이내다. 휘발유가 리터당 2000원이라고 하면 20원도 안 되는 이익만이 주유소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나머지는 정유사 공급가격과 세금인데 정부가 기름 값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걷어서 일부 알뜰주유소에만 혜택이 가도록 해 주유소만 경쟁시키고 있다.

- 알뜰주유소로 인해 정유사가 일반 주유소에도 싼값에 기름을 공급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당초 알뜰주유소를 추진할 때 정부의 의도는 공급자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정유사 공급가격은 그대로고 주유소만 가격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말처럼 되려면 극단적으로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 기름값을 내릴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안은.
▲정책의 초점을 주유소 경쟁이 아닌 정유사 경쟁에 맞춰야 한다. 주유소가 판매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미미하다.
국내 석유유통구조는 공급자인 정유사가 독과점 체제이고 정유사와 주유소는 전량구매계약에 의해 수직 계열화 돼 있는 구조다. 쉽게 말해 어느 한 정유사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는 그 정유사 제품만 공급받도록 되어있는데 그러다 보니 주유소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 정유사 기름만 공급받아 판매해야 한다. 당연히 정유사 간 경쟁이 없고 기름값도 인하될 여지가 적다.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 동맹휴업으로 정부의 입장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우리도 동맹휴업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일부 주유소, 일부 국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경우 동맹휴업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저항을 통해서라도 정부의 입장이 바뀐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에 찬성하는데, 반대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이 알뜰주유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정부의 과도한 홍보에 의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애초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인해 100원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그만큼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30원 인하 효과에 불과한 것은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 주유소가 유가가 오를 때는 가격을 많이 올리고 내릴 때는 조금씩 내린다는 비판이 있다.
▲사후정산제도가 그 원인이다. 주유소는 정유사 공급가격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때 정확한 제품가격을 알지 못하고 영업사원이 알려주는 가격을 보고 입금해 제품을 공급받고, 이것을 주말 또는 월말에 정산한다. 따라서 주유소가 제품의 가격을 판매가격에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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