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공포 아닌 내부 단속 기대
외부 공포 아닌 내부 단속 기대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2.04.09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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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애 기자
지난해 말 정부는 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이를 단속하는 한국석유관리원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힘 실어주기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이뤄졌다. 단속인력과 예산을 확대하고, 불법시설물 점검, 중지명령 등 권한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인적, 물적 채비를 마치고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 석유관리원의 힘이 쑥 빠져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3일 감사원은 석유관리원 회계담당보조자 A씨가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석유품질검사 수수료로 21억여원을 횡령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11월 실시한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 회계관리실태’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으며, 그 후 수개월간의 감사를 통해 최종 결론이 발표 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몇 가지 놀라운 점이 발견된다. 회계담당보조자인 A씨가 지난 2006년부터 4년간에 걸쳐, 21억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횡령했음에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적발 당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금·회계 업무를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수행해 전산자료를 조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무런 견제장치도 없었다는 말에 ‘주먹구구식’으로 단속을 실시했나라는 의아함이 들었다. 지난해 말 석유관리원이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전문화, 전산화 등 이빨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것 같은 빽빽함이 느껴진다. ‘유통과 품질검사 업무를 전문화해 용제의 불법 흐름, 거래량 불일치 등의 정보 분석 결과를 실시간으로 지사에 전달해 단속의 적시성을 확보하고 …’ 등등. 하지만 이번 횡령 사건을 마주하고는 허망한 마음이 든다.

감사 결과 A씨는 정유사들에게 자신이 개설한 계좌로 수수료를 입금하도록 요구해 7차례에 걸쳐 돈을 횡령했음이 밝혀졌다. 검찰의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이 매년 정유사 납부자료와 입금내역을 비교하거나 상급자가 승인하는 간단한 조치만 했어도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라며 매우 기본적인 사항도 지켜지지 않았음을 문제제기 했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21억원이라는 거액 횡령이 회계담당보조자인 A씨 단독범행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가짜석유과 관련 강력한 단속을 선포했지만, 이를 실천해야 할 내부 시스템 및 직원들은 이를 따라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석유관리원은 새로운 공적비리 차단 및 청렴도 향상을 위한 내외부신고시스템인 ‘헬프라인’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은 ‘헬프라인’을 통해 내부고발과 외부 제보를 받고, 신고자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안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간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의 횡령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에도 석유관리원은 청렴 석유관리원으로 도약하기 위한다는 윤리경영제도 고도화 작업을 발표됐다. 관련 규정에는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며, 그 규정은 “임직원에 대한 꾸준한 윤리교육을 하겠다”고 강조되어 있다. 

정부가 가짜석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장에 내보낼 장수로 석유관리원에 잔뜩 힘을 실은 이때, 석유관리원의 횡령 소식은 시기적으로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짜석유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모든 국민들은 석유관리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를 바랄 것이다.
외부 공포용 청렴이 아닌 내부 단속용 청렴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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