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산업 침체, 성장 밑거름으로 삼자”
“태양광산업 침체, 성장 밑거름으로 삼자”
  • 한국에너지
  • 승인 2012.03.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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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으로 규모의 경제 전략 수정
업체간 합종연횡으로 불황 타개 나서
비용경쟁력 확보·금융환경 개선 필수
태양광산업은 변혁기-미래기회 충분
내수시장 확대·해외진출 기대
냉소적 시각 대&


▲공급과잉 해소와 시장전망
지난해 많은 태양광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전 세계의 태양광발전 설치용량은 크게 늘어났는데 포톤컨설팅이 24.9GW, IMS가 26GW, 솔라앤에너지가 23~24GW정도로 지난해 세계 설치규모를 집계했다. 이렇게 시장규모가 늘어났는데도 태양광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공급과잉과 이로 인한 폭락수준의 가격하락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인 기업들이 여러 곳 발생했다.
따라서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을지가 올해와 내년 태양광시장을 전망하는데 핵심사항이 된다. 먼저 블룸버그 등의 각종 발표 자료나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상황을 보면 공급과잉은 많이 해소되고 있고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 같다.

커다란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떨어졌던 가격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도 중간에 일시적인 가격하락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재고물량 소진 혹은 덤핑판매 등이 겹치면서 발생하게 되는 현상으로 지난해와 같은 과잉재고에 따른 구조적인 가격폭락은 없고 기업들의 가동률도 계속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이태리 등 유럽의 보조금 감소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됐고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 등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문제는 진정될 것으로 본다.

이렇듯 시황호조의 움직임은 보이나 전체적인 시장 안정은 내년 이후 혹은 빨라야 올 하반기 이후로 봐야 한다. 산업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려면 공급능력 자체가 부족해질 만큼 수요 성장이 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포톤컨설팅과 솔라앤에너지의 전망을 보더라도 2013년 돼야 모듈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형성될 것 같다. 따라서 올 해는 회복기 정도의 수준이 될 전망이다.

▲산업의 변화 흐름
어떠한 산업이든 격동기를 거치게 되면 산업의 패러다임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태양광산업에서도 지난해 여러 가지 변화의 흐름이 보였고 그 중 하나가 유럽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축소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중에서도 포톤컨설팅이 유럽의 태양광시장 포화와 침체 전망을 크게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기관의 전망을 보면 2015년의 유럽시장 비율은 30%가 채 안되는 반면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시장에서는 이미 탄력을 받은 성장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또 주목할 곳은 유틸리티 시장이다. 대형 태양광발전소가 태양광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확실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흥 태양광 시장들이 대형 유틸리티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고 심지어 지금까지 주택용 태양광발전이 거의 9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도 소위 메가솔라 프로젝트라는 대형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업전략에 대해서도 다른 개념이 생기고 있는데 태양광산업의 기본전략으로 여겨졌던 수직계열화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주장도 그 하나다.
수직계열화는 밸류체인 사이의 마진을 줄여 비용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고 주요한 중국 업체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2010년에 솔라앤에너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폴리실리콘과 모듈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업체의 모듈원가가 모듈만 생산한 회사보다 최대 35%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산업이 불황기를 겪을 때는 오히려 전 밸류체인이 타격을 입으며 채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뒤늦게 수직계열을 활발하게 추진하던 LDK의 지난해 3분기의 단기 부채가 23억 달러에 달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직계열화로 줄일 수 있는 원가 폭이 상당히 적어졌다. 중국의 대표적 태양광기업 중 하나인 GCL은 다른 중국의 태양광기업들과 달리 수직계열화 없이 폴리실리콘, 웨이퍼, 발전사업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도 태양광산업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기본전략이었으나 공급과잉 여파를 겪으면서 많은 업체들이 생산용량 증설속도를 제어하고 있다. 생산용량을 늘리면 고정비 비용을 낮추고 물량공세로 후발주자를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같이 업황이 안 좋을 때는 높은 생산능력이 변동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 또한 태양광산업의 기술과 공정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전체 라인에 적용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위험요소도 있다.
이와 함께 업체들의 합종연횡도 지난해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M&A분야의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Lincoln International의 발표를 보면 2011년의 태양광산업 인수합병은 2010년에 비해 30% 가깝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태양광발전 사업개발, EPC, 발전소 운영분야와 연관된 인수합병 혹은 합작사업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11년에 3분기까지 체결된 인수합병 계약의 77%가 태양광발전 설치 프로젝트나 태양광발전 사업개발과 관련된 것이었다.
산업이 어려워지면 대두되는 현상 중의 하나가 보호주의로 지난 연말부터 태양광산업에서 자주 다뤄지는 뉴스 중의 하나가 상계관세 문제 등 이른바 보호주의와 연관된 이슈들이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말부터 중국산 모듈에 대한 상계관세 여부를 조사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고 이는 미국에만 한정된 사안이 아니다. 이태리가 지난해 4차 에너지법안(Conto Energia)를 발표하며 추가했던 조항이 2011년 6월부터 태양광 발전소 건립할 때 60% 이상을 EU지역에서 생산된 자재를 사용하면 발전차액 보조금(FIT)을 10% 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린 보호주의의 효과는 다소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당장 미국의 경우 밸류체인에 따라 상계관세 부과에 대해 엇갈린 입장이다. Solar World America 같은 셀, 모듈 업체들은 상계관세 부과를 강력하게 주장하나 중국 수출물량과 발전소 개발사업 물량이 많은 폴리실리콘 업체들과 시스템 업체들은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설사 미국이 중국업체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 업체들이 받을 영향력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미국 상무부가 잠정적으로 발표한 상계관세 규모를 보면 약 2.97~4.73%규모로 와트당 10센트도 안 되는 규모이다.
미국 업체들의 제조원가가 중국 업체들에 비해 30%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도 안 되는 상계관세 규모라면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만한 수준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Jinko Solar는 상계관세가 와트당 10센트 이하면 중국 업체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ECFA를 맺고 있는 대만을 통해 우회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면 이러한 보호주의 흐름이 우리나라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로 셀, 모듈 기업들은 반대급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 우리 태양광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늘어났으며 일부 국내업체들은 중국기업들의 OEM생산을 시작하거나 물량이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태양광산업도 수출이 매출의 70%이상이고 수출비중이 점차 확대되므로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수출증대에도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될 소지가 있다. 더군다나 반도체, LCD에 이어 태양광산업에서도 우리나라는 대만과 경쟁관계에 있는데 중국의 대만 우회생산이 확대되면 대만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에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

▲우리 태양광산업의 과제
현재 태양광산업의 화두는 비용경쟁력이고 중국 태양광산업의 핵심 경쟁력도 알려진 대로 비용경쟁력이다.
솔라앤에너지의 분석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제조원가는 중국 탑 클레스 업체들보다 20%정도 높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낮은 인건비로 승부를 볼 수도 없어 결국 우리가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기술력이다.
태양광산업과 유사한 반도체, LCD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비용경쟁력을 확보했다.
태양광산업에서도 이와 같이 기술력을 통한 비용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정 감축, CTM Loss개선, 자동화 확대, 저단가 고효율 공정 개발 등이 있다. 아울러 일본의 올 재펜 프로젝트처럼 공동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개별 기업들이 기술개발하며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공유하는 체제의 구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빠트릴 수 없는 요소가 금융환경 개선이다. 우리나라의 태양광산업은 신생산업에 고위험산업으로 분류되어 그동안에도 태양광기업들의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여기에다 작년에 태양광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면서 태양광기업들에 대한 금융여건이 더욱 안 좋아졌다. 대출중지, 조기대출 상환요구, 신용강등, 방대한 자료요구 등 금융압박이 심해지면서 우리 태양광기업들의 지금 제일 많이 하소연을 하고 있는 분야가 금융이다. 많은 규모의 정책자금이 풀어지고 있지만 이를 집행하는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기업들의 정책자금 체감효과는 낮다.

최근 많은 모듈 기업들이 시스템 사업 쪽에 함께 진출하고 있다. 우리의 내수시장이 좁은 만큼  해외 태양광발전소 개척을 통해 우리 태양광제품들의 시장창출도 가능하다. 동시에 태양광발전소의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기대하는 신흥시장에서는 유틸리티의 비중이 크면서 많은 기업들이 태양광발전소 개발과 제품수출을 엮어서 진출하려 하고 태양광발전소의 건설 및 유지비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BOS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트랙커를 사용할 경우 이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안 된다. 이러한 시스템 개발사업의 활성화에는 금융기관의 활발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필요한데 이는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은 보통 파이낸싱이 투자비용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앞에서 말한 금융지원과는 다소 성격이 틀리다. 금융권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사업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태양광발전사업을 통해 15∼20년간에 걸쳐 IRR 13~15% 혹은 적어도 7~8%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워런 버핏에서부터 구글 심지어는 애플 까지도 태양광발전 사업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이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내수시장 확대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는 우리 태양광산업의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하는데도 밑바탕이 된다. 내수시장을 통해 기업들은 작년 같은 해외시장의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확보할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신인도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작년에 전국에 걸쳐 FIT를 실시하게 된 것도 자국의 태양광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하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RPS를 통해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지만, 세계 시장에서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로 보나 우리 태양광기업들의 생산용량을 보더라도 내수시장은 여전히 아쉬운 영역이다.

▲맺음말
반도체와 LCD는 태양광산업의 선배고 이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한때 후발주자일때도 있었고 산업에 불어 닥친 회오리 속에서 생존하며 산업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LCD분야만 하더라도 9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 유럽, 일본 업체들이 선도업체였지만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서구 LCD기업들은 군수, 의료, 광학 등의 틈새시장을 노린 기업들만 빼고 다 사라졌다. 이후 일본이 한동안 LCD산업을 주도하는 것 같았으나 후발주자인 한국과 대만에게 자리를 내줬고 이후 대만도 손을 들고 있어 이제는 한국기업이 시장의 5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산업의 변천과 흐름은 LCD와 유사한 태양광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고 우리 태양광기업들의 위상은 아직 작지만 태양광산업 자체가 아직 걸음마 단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여러 번 변혁기를 거칠 것이고, 산업의 패러다임도 몇 차례 바뀔 것이다. 물론 그런 변화가 우리 태양광기업들에 위기가 될 수 있으나 LCD산업에서 보듯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심지어는 중국보다 늦게 태양광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역시 산업참여가 뒤늦었던  반도체와 LCD에서 산업의 변혁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았듯 아직 역사가 일천한 태양광산업에서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단, 태양광산업은 상추 농사짓듯 씨 뿌리고 금방 걷어먹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길게 호흡하며 기다려야 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의 위상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대신 산업의 변동이 우리 산업의 성장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거름을 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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