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멀고 먼 시장형 공기업되는 길
발전사, 멀고 먼 시장형 공기업되는 길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2.02.2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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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현재 시장형 공기업은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며 총수입액 대비 자체수입액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인 공기업을 뜻한다.

현재는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이면 공기업이다. 대체로 시장형 공기업은 말 그대로 ‘시장’과 ‘공(公)’을 두루 갖춘 기업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단순히 공기업으로 불리던 정부산하 기업이 시장형 공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면 이는 종전보다 더 ‘시장’을 지향하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전을 비롯한 발전자회사들은 모두 시장형 공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현재 발전자회사들의 모습을 보면 시장형 공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한전은 발전자회사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일 이후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일제히 상임이사를 발표했다. 그동안 발전 6사는 강력하게 내부출신 임용을 주장해왔다. 전력구조개편 후 발전자회사로 분리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전출신 이사가 임용된 것에 대해 독립성 훼손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발전사 노조 역시 ‘한전 낙하산 인사 거부’ 등 성명을 발표하며 회사에 힘을 보탰다. 시장형 공기업 전환과 본사 지방이전 등 당위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한전은 모기업으로서 ‘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며 발전자회사들은 압박했다. 결국 발전6사 신임 관리본부장 중 3명이 한전출신이 선임됐다. 물론 발전자회사 별로 내부 적임자가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발전사 직원들은 “어제오늘 일이냐”며 한전 출신 인사 임용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3월 초순이면 발전사 경영평가가 마무리 된다. 6개월간의 경영평가동안 평가담당 발전사 직원들은 자기 업무가 아닌 평가에만 매달려 있어야 했다. 한 발전사 직원은 기자에게 “제발 발전사면 발전사답게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 직원은 경영평가가 아직 초기라 자리를 잡지못해서 그렇다고 이해했지만 경영평가를 위해 발전사 직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영평가의 마지막 단계인 보고서 작성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교수의 지적에 따라 형식에 맞춰야만 한다. 한 발전사 직원은 “보고서를 담당하지 않고 보직을 이동한 직원은 정말 행운아다”라는 말을 했다. 교수의 지적에 따라 몇 줄을 기입하려면 그동안 형식에 맞춰서 써왔던 보고서를 대폭 수정해야하고 서로 각기 다른 보고서들을 수렴해 하나의 보고서로 다시 맞추는 일은 정말 골치가 아픈 일이라고 푸념을 했다.

이밖에도 한전이 발전자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는 것과 보정계수 등 발전자회사들은 상위기관들과 ‘시장’과는 거리가 먼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발전자회사가 재량껏 일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일이 정부가 말한 시장형공기업으로 가는 기본적인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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