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필요한가
임시저장시설 포화시점‘얼마 안남았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필요한가
임시저장시설 포화시점‘얼마 안남았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12.0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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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문제 아니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
신뢰 바탕으로 절차 지켜 공론화 추진해야

 

▲ 지난 1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사용후핵연료공론회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공간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원전산업정책관실에 따르면 현재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은 순차적으로 고리원전의 경우 2016년, 월성은 2017년, 울진은 2018년, 영광은 2021년이다. 기술의 발달이나 확충을 통해 기한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 전문가와 인문사회학자 등 각계각층의 수렴을 거쳐 포화시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경부는 임시저장시설의 부족뿐만 아니라 향후 원전 해체 시 발생할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라도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논의를 일단락 지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있었던 토론자들과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도 이러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의 시급성을 반영하고 있다.
김명자 GK 코리아 이사장은 발제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해 원자력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원료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전력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자력발전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명자 이사장은 일부 여론에서 신고리 원전 등 신규 건설하는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안일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김명자 이사장은 “신규 건설하는 원전에 사용후핵연료를 이동시켜 임시저장을 지속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사용후핵연료의 이동 과정 자체가 워낙 험난해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은철 서울대학교 교수는 “정부 관계자들은 잠시 귀를 막아주었으면 좋겠다”며 “한마디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해 정부의 정책은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정책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은철 교수가 정부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원전산업 정책이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함에도 꾸준한 정책추진에 계속 제동이 걸렸다는데 있다.

원자력발전산업의 특성상 최소 15년 이상의 장기간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지만 원자력사업 담당자가 1년, 2년 사이로 교체돼 지속적인 원전발전정책을 저해하고 있고 정권임기도 5년 단기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문제 역시 정권 차원에서 시급한 문제로 보지 않아 정부 관계자들이 다음 정권으로 이 문제를 계속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오죽하면 IAEA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원전해체에 대한 계획을 세우라고까지 하겠냐”며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논의를 더 미 룰 경우 추후에는 결국 원전을 계획정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철 교수는 “계획정지로 인해 발생할 전력부족상황은 지난 9.15 전력대란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목진휴 국민대학교 교수 역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었다. 다만 목진휴 교수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시급하게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절차를 지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진휴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공론화는 ‘해야 하냐’와 ‘하지 말아야 하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드시 공론화를 해야되며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공론화를 위해서는 ▲공론화의 주체 ▲ 동의나 합의 등 갈등해결기준 ▲ 시기 등을 결정해야하며 특히 지식인과 과학자, 인문사회 전문가들의 신뢰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진휴 교수는 “국민들은 결국 원전 전문가와 정부, 인문사회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이해하고 선택할 것”이라며 “일단 원전 전문가와 정부 등 관련 인사들이 신뢰를 구축해 가이던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투명하고 공개화된 공론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목진휴 교수는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인들의 원전 찬성 동의는 54%였으나 이후 하락하고 있고 특히 정부부처와 기술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JFES가 일본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인 지난해 11월과 후쿠시마 이후인 올해 4월을 비교할 때, 일본시민들이 갖는 과학자와 기술자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83%에서 41%로, 87%에서 52%로 감소한 통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목진휴 교수는 과학자와 기술자의 신뢰도 감소에 대해 “일본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정부와 기술자들이 모종의 합의를 해 원전으로 인해 발생한 상황과 피해를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믿고있다”며 투명하고 공개된 공론화 추진의 중요성 강조했다.
또 “단순히 임시저장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술적인 문제의 시급함만으로 사용후 핵연료 처리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인문사회적인 영역을 포괄적으로 수렴한 뒤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공론화를 성급하게 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지난달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 진흥계획 속 진실’이란 주제로 사용후 핵연료에 관해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환경연합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방식인 ‘건식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에 대해 우라늄 자원의 재활용률 및 경제성·실현가능성·핵확산 방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지경부가 제 1회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내용과 절차의 기본 구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지경부의 포럼에는 환경단체가 참여하지 않아 다양한 주체의 의견수렴이라는 면에서 약점을 보였다.

이렇듯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사항이 갈등을 야기할 것이 분명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토론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은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며 프랑스의 갈등조정위원회와 같은 수렴기관을 통해 각계각층의 여론을 빠짐없이 담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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