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는가?
소는 누가 키우는가?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11.11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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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뒤늦게 해결해봐야 소용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실 소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새로운 소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소 잃었다고 소 안 키우면 소주인이고 소몰이고 다같이 굶는거다.
다가오는 겨울철, 급증하는 난방기기 사용으로 전력공급 상황이 비상이라고 한다. 겨울내내 전력예비율이 400만kW 이하이고 한파가 예상되는 1월 중순에는 평균 100만kW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최저 54만kW까지 갈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든 290만kW를 추가 공급하겠다며 비장하게 말한다. 대신 단전이 있을 수 있으니 스마트폰과 방송에 귀를 기울이라는 경고는 빼놓지 않았다.

이 정도면 정부는 지난 전력대란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나는 못 하겠다”고 말하며 추후를 대비하고 있다.
지금 전력당국 관계자들 뇌에는 벌컥 지난 9.15 전력대란이 떠오를 것이다. 하루 만에 외양간이 부셔지고 소를 잃어 책임을 지고 떠났던 동료 소몰이꾼들의 자리는 아직 온기는 남아있는데.
하지만 지난 겨울부터 외양간은 엉성했었다. 지난 1월 17일 전력사용량은 사상 최고치였다. 오는 겨울이 걱정이라는 말은 그날부터 나왔다. 하지만 말을 했는데 다시 입안에 말아드셨다. 아무리 뜯어봐도 이번 겨울 수급대책은 대책이 없다는 것이 대책이다.

죄를 지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다’고 선수를 쳤지만 “나는 죄인이다”라고 시인한 것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니 계획을 잘 세웠어야 했다. 장기수급계획이든 단기 수급계획이든 준비를 했다는 이해가 될 만큼의 전력예비력은 있어야만 했다.
국민들에게 전기를 적게 쓰라는 한갓 이따위 말이 완벽한 겨울철 전력수급 계획은 될 수 없다. 대통령의 언급대로 실행가능하고 구체화된 계획과 실행을 보여줄 준비가 돼야했다.

이상하게도 소몰이꾼은 있는데 외양간은 설계도 건축도 엉성하다. 전력공급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월급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소 주인인 국민들은 그들의 월급을 따박따박 줬는데 소몰이꾼은 지난 1년 동안 외양간을 똑바로 고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다면 소는 누가 키우는가? 소 주인이 키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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