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객(過客) 정책
과객(過客) 정책
  • 한국에너지
  • 승인 2011.09.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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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초기에 자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임기만료로 자리를 뜨고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 작업이 요즈음 이루어지고 있다. 떠나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의반 타의반도 있고, 성적이 좋았던 사람도 나빴던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던 모습은 잊혀지기 어렵다.
대부분의 인사들은 에너지 분야에 처음이라 3년 정도 해보니 이제 길이 보이더라는 말을 했다. 좀 더 일하게 되면 이제부터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제도가 그런지라 아쉬움으로 남길 수밖에.

떠나는 인사와 어느 날 차 한잔으로 작별인사를 하면서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우리나라 에너지 지표 가운데 40여년 간 변하지 않는 것이 에너지 수입 비중이다. 40년 전에도 수입비중은 97%이고, 지금도 97%다. 에너지 행사가 있으면 에너지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인용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산업의 핵심 수치이다. 우리는 온갖 에너지 정책을 수립, 추진하면서도 40여 년 동안 이 수치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40여 년 동안 개선되지 않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에너지 원단위이다.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는 낮아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에너지 원단위는 장기적으로 개선책을 내놓고 있으나 에너지 수입 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 정책의 현주소이다.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떠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인지라 공감을 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지만 이상한 여운이 남았다. 왜 그럴까.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40여 년 동안 왜 지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을까?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해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소위 ‘타워’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타워’가 없다보니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지나가는 과객인지라 그 집안의 속사정을 알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에너지 정책 타워가 없어진 것이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니 어언 20년이 다 되어간다. 20년 동안 과객이 남의 가정을 돌보았으니 오죽하랴. 주인 없는 에너지란 집은 앞으로도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리라는 생각이다.

과객은 그 집의 쌀독에 쌀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거니와 알 필요도 없다. 식사 한 끼 대접받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주인의 행색으로 그 집의 쌀독을 짐작할 뿐이다.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줄 알면서도 정작 그 사연을 구태여 알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
필자는 이러한 에너지 정책을 주인 없는 ‘과객정책’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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