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를 가다
전력안전공급 위해 24시간 뛰는 최일선 현장
현장탐방,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를 가다
전력안전공급 위해 24시간 뛰는 최일선 현장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08.1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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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 베테랑 ‘즐비’… 긴장은 스트레스 아닌 생활

▲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전경.

 

▲ 전종택 소장

◀전종택 소장
"젊은 사람은 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우리에겐 긴장이란 스트레스가 아닌 체질화된 생활이다. 중앙급전소에서 근무하는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은 상당한 내공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는 언제나 태풍의 눈에 위치한 듯 고요하지만 긴장이 감돈다. 직원 30명이 조를 나누어 3교대로 근무한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전국의 전력이동 정보가 이곳 전광판에 새겨지면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전광판은 전국 전력계통도로, 이를 보면 전국의 발전소 위치, 송배전 경로, 전력공급 능력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중앙급전소는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돼 있으며 두 번의 출입검사를 받는다. 일단 입구에서부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소속, 전화번호 등을 기재한 후, 보안검색대를 지나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는 필수다. 이후 다음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력거래소 직원이 동행해야만 한다.   
직원들은 전광판과 자신 앞의 모니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매년 여름철이 되면 과거 최고치를 경신하려는 전력사용량 수치 앞에서 직원들 눈동자는 긴장의 빛을 띤다. 전력안정공급이라는 막중한 과제 앞에서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신경을 곧추 세우고 상황에 따라 색깔로 표시된 전면의 전광판과 모니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발전, 송전, 계통운영 등 분야별로 역할을 맡은 직원들은 상황이 발생하면 자리마다 배치된 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이상이 발생한 발전소 대신 전력공급이 가능한 새 발전소에 연락해 끊어진 전력을 공급한다. 직원들은 6명씩 5개조로 나눠 직무를 수행한다. 한 달에 한번씩 순환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의 직원들은 묵묵히 업무수행을 한다. 전력공급안정이라는 깃발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
아침 7시. 이른 시간이지만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직원들은 본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할 때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역시 전력공급과 수요사항을 확인하는 일이란 대답이다. 그날 기상은 어떤지, 전력발전량과 예비력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확인한다. 장기적으로는 발전소의 증설이나 신축, 기후변화에 따른 단계별 전략 등에 맞춰 전력공급과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중앙급전소의 주요 업무라고 말한다.

특히 전력거래소에서는 공급을 조정할 때에는 한전 유관기관과 발전소에 연락을 취하는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대규모 공장과 같은 회원사들에게 연락해 수요조절을 한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데 이는 모두 전력공급을 조절하는 중앙급전소에서 시작된다.
점심을 한 후에는 중앙급전소를 지키는 직원들을 제외하곤 한 테이블에 모여 스터디 모임을 갖는다.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는 한편, 전력공급과 수요를 다 함께 예측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통해 전력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특히 이들은 기후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전종택 중앙급전소 소장은 사견이라고 하긴 했지만 현재의 한반도의 기후이변과 관련해 체계적인 답변을 제시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올해는 다행인지 모르지만 태풍과 폭우가 여름의 끝자락까지 세상을 식혀줄 모양이다. 전력거래소는 여름철 최대 전력사용량이 과거치를 뛰어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보통 여름이라면 휴가철이 끝나 최대피크치를 예상할 수 있는 8월 11일 오후 2시 4분 32초, 이 때의 전력사용량은 6968만㎾이었다. 이는 7000만㎾ 웃돌던 지난달 18일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하지만 전력수급량이 다소 여유가 있다고 해도,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한다. “식사도 외부식당에서 하는 일 없이 보통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는 전 소장의 말이 떠오른다. 그의 말을 한마디 더 빌리면 이렇다. 중앙급전소의 직원들에게 긴장이란 스트레스가 아닌 이미 체질화된 생활이다. 다만 젊은 사람은 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그는 덧붙였다. 중앙급전소를 지키는 직원들이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인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내공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올해,내년이 지나면 한숨 돌린다
지난달 22일 전기절약을 촉구하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담화문 안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걱정이 많이 담겨 있었다. 5.6%라는 두자리 수도 안되는 전력예비율 때문에 최 장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더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최 장관이 담화문을 발표한 계기가 됐던, 지난달 18일 오후 3시경 전력상황은 이랬다. 역대 여름철 최대전력사용량을 경신했던 순간이었다. 이와 함께 여름철 최초로 7000만kw 넘어서는 전력사용량을 가졌다. 지난해 여름철 최대 전력사용량이던 6989만㎾를 넘은 7139만 3000㎾이었다. 

이날 정부과천청사 지식경제부에는 전기절약 대국민 협조 담화문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한전, 전력거래소, 5개 발전사 사장, 한수원 등 국내 전력을 담당하는 9개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해 여름철 전력부하 사정이 급박하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공급예비율의 경우는 매년 평균치 자체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7월 15일 오후 3시경 9.1%를 기록한 이후 겨울철과 여름철을 번갈아 가며 예비율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대 전력수요였던 지난해 12월 15일에는 7130만kw의 전력사용량을 기록했고 예비율 6.7%로 역대 최저치였다.

현 시점에서 전 소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여름철 전력공급에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올해 전력수급상황에 대해서는 “비가 그친 후 7300만kw까지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말복이 지난 13일 이후이기 때문에 그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소장은 “올해와 내년이 지나면 2015년에는 신고리, 신월성 등의 신규 원전과 예천양수발전소 등 현재 신축 중인 발전소의 건립이 완공돼 전력공급에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발전량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발전가능성에 기대해본다는 얘기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경우는 원하는 시간대에 전기를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 시간대에 전력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전소 증설이나 정부의 지속적인 수요관리 노력과 함께 국민들의 자발적인 전기절약이 항시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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