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국가목표 ‘용두사미’ 되나
온실가스 국가목표 ‘용두사미’ 되나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1.07.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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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애 기자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교복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다. 교복(uniform)이라고 모두가 획일적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패션이 있다. 대개 입학 전 교복을 맞출 때에 성장을 예상하고 한 두 치수를 크게 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다양한 모습을 하게 된다. 상당수 남학생들은 키가 훌쩍 자라 9부, 8부가 되어버린 쫄바지를 교복바지라며 입고 다녔다. 반대로 고3 졸업이 다 되도록 질질 끌리는 바지, 손목을 덮는 교복 상의로 ‘형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남학생도 있다. 고3 여학생들의 대다수는 불어난 살을 견디지 못해 터져 버린 치마를 기워 놓은 ‘누더기 치마’를 입고 다녔다. 사실 입학 전 교복을 맞출 때 향후 3년의 성장 정도를 가늠해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다.

어려운 것은 학창시절 개인별 성장 정도 가늠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2일 2030년까지 BAU(배출전망) 대비 30% 감축을 위해 개인별 부문별·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까지 목표관리 대상 업체별로 내년도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설정을 위한 핵심인 업체별‘예상성장률’ 산정 역시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기업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별 감축 목표 설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과거 3년 간 기업별 생산량·에너지사용량·온실가스 배출 실적과 개별 업체별 신·증설 투자계획을 반영해 내년 업체별 예산성장률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시장에서 기업 한 곳만 잘한다고 성장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설정된 온실가스 배출허용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기업들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 예상성장률을, 그것도 업체별로 설정해야 한다. 이같은 요소들을 다 고민하다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할까 라는 걱정부터 나온다.

모든 일이 첫 번에 완벽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벽해지는 것이 모든 일의 진리다. 다만 완벽해지기 위해서 버리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당초 설정된 국가 목표를 맞추는 것이다.
정부는 업체와 개별협상을 통해 업체별 내년도 목표를 산정해 오는 9월 발표한다고 한다. 기업 경쟁력 저해 등의 이유에 밀리기 시작하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결국 용두사미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정부는 업체와 협상을 할 때에, 매순간 나무(개별기업이익)가 아닌 숲(국가 목표)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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