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장 담보 못한 양적 성장
질적 성장 담보 못한 양적 성장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1.06.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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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애 기자
“상반기에 에너지진단사 합격자를 23명 선출했다. 이 인원도 간신히 뽑았다” 지난 9일 ‘에너지 진단전문기관 CEO 간담회’에서 손학식 에너지관리공단 본부장은 에너지진단 부문의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 시대에 녹색성장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에너지절약, ESCO 등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56개이던 ESCO사는 올해 212개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에너지진단기관은 32개에서 74개로 두 배가 되었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그린크레딧 제도, 공공건물 진단의무화 등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사업들을 살펴봐도 ESCO사와 에너지진단기관의 이 같은 성장속도는 당연한 것이며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다.

문제는 ESCO사와 에너지진단기관의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담보하고 있는가이다. 에너지진단기관의 ‘질적’ 성장은 진단을 할 수 있는 인력. 즉, 에너지진단사로 가늠된다.

현재 적지 않은 에너지진단기관들이 에너지진단사 2∼3명의 영세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에너지진단기관은 2배로 늘어났지만 에너지진단사가 될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갖춘 이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 에너지진단사 합격자의 수가 23명뿐이라는, 이 인원 역시도 간신히 뽑은 것이라는 손학식 본부장의 말이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ESCO사 역시 지난 5년 사이 50여개의 업체가 새로 등록됐지만 실제 활발히 활동하는 회사는 50여개에 불과하다. 3년 간 활동이 없을 시 자동으로 등록취소 한다는 ESCO 관련 규정을 고려할 때 212개라는 현재 ESCO 회사의 ‘양적인 지속가능성’ 역시도 장담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 국가 저탄소녹색성장 등 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은 커져간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정책 확장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며 세계가 앞 다투어 벌이고 있다. 즉, 이후 에너지·기후변화 시장에서 늘어나는 비즈니스의 기회를 고스란히 상실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에너지·기후변화전문가 교육과정’은 정부의 이 같은 고민에서 탄생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용인송담대학에 ‘에너지공학과’를 신설해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갖춘 에너지진단사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설된 교육과정은 기존의 진단사자격검정과 병행하여 운영한다. 두 과정을 함께 운영하면 적어도 한해 ‘23명’의 에너지진단사 배출이라는 인재난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에너지공학과에는 전공필수로 에너지진단 현장실습, ESCO 현장 실습 과정을 넣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실무능력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양적, 질적 성장. 두 박자가 고루 갖추어 졌을 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 ‘에너지·기후변화 전문가 교육과정’이 양적 성장에 치우친 에너지관련 업계의 내실을 갖추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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