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만 부각된 녹색성장
‘성장’만 부각된 녹색성장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1.05.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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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학창시절 신체검사를 받을 때 몸무게를 줄이려고 발 한쪽을 내리거나 키를 크게 보이려고 발꿈치를 들거나 시력 검사표를 외우는 등 쓸데없는 노력(?)들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색맹검사만큼은 재미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장난으로 선생님께 대답하면 정말 심각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녹색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듣는다. 나날이 부각되는 환경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이 자주 언론에 거론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녹색성장을 위한 LED 보급정책 대토론회’에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의 인지는 높아졌으나 실제로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는 미미하다는 발표를 들었다.

발표를 보면 지난해 정책과 관련한 언론보도 1만 건 중 녹색성장이 2.7, G20이 1.5, 4대강이 1.1, 친서민·중도실용이 0.3을 차지하며 다른 정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녹색성장 관련 보도가 많았다고 한다.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녹색성장을 위한 제도설계, 정책수단 등에 대한 부처 간 협조 부족과 지방으로의 확산을 위한 지원체계가 미흡해 정책이 현실에 잘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잘 확산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녹색성장의 바탕에는 시민들의 합리적인 전기사용을 유도하는 수요관리정책이 우선사항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사실 스마트그리드나 LED도 수요관리를 위해 제안된 것들이 아닌가.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정책을 보면 스마트그리드나 LED 보급 등 녹색성장이라 해 새로운 산업을 부각시키는데 너무 많은 힘을 쏟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즉 환경을 뜻하는 녹색이라는 말보다는 시장을 뜻하는 성장이라는 말에 더 치중해 새 시장을 창출할 생각만 한 나머지 정작 녹색을 그렇게 부르짖어놓고 녹색을 못 보는 색맹이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친환경사업 등 새로운 발전사업을 진행한다고 해 일반시민들이 그 시장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의 생활에서 빠르게 벗어날 가능성도 적다. 대단위 실증단지나 전 인구에 보급하는 스마트계기와 같은 사업은 시민들의 합리적인 전기사용을 돕는다는 느낌보다는 사실 산업적인 면이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전기사용량을 합리적으로 줄여 에너지사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시장을 키우는데 급급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통계 결과가 하나 더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국민인식조사를 한 결과 녹색성장정책이 ‘다음세대와 후대에 치적으로 남을 정책’, ‘다음 정부에서도 추진돼야 할 정책’으로 선택됐다. 결론적으로 시민들도 녹색성장을 원한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와 시민들은 서로가 보는 녹색이 좀 다른 모양이다. 사실 나뭇잎도 녹색이고 만 원짜리 지폐도 녹색이다. 우리는 어떤 녹색을 봐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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