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갈 길 먼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1.01.24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남수정 기자
“지난 10년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절감 아이템을 찾아 설비투자, 공정개선 등을 해왔습니다.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니까요. 이제 목표관리제를 적용받게 되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답이 없는데 답을 찾으라고 하니 정말 답답할 뿐입니다”

“기업이 목표관리제를 이행하려면 에너지 설비 투자가 가능하도록 장기저리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게 해줘야죠. 그런데 올해부터 에너지자금 지원규모가 대폭 축소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거둔 에너지절감 성과와 투자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인정해줄지 최소한 가이드라인 정도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환경·안전 규제가 강화되면 신규 설비투자를 해야죠. 이 말은 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목표관리제도 환경규제도 다 만족시켜야 하는 기업의 고충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린크레딧 제도요? 듣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내용도 잘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알아보고 협력사들을 지원할지 그 때 가서 결정해야겠죠”

“온실가스검증심사원 부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까지 환경관리공단,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양성한 전문인력을 무시하고 새로 양성하겠다는 겁니다. 사법시험 통과해서 변호사가 됐는데 로스쿨에 다시 갔다오라는 것과 같은거죠”
“아니, 배출권거래제까지 도입되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에게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여유란 없습니다. 진정한 국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요즘 상황은 부처간 힘겨루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둘러싸고 산업계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이다. 관리업체들은 업종별, 기업별 할당량을 정하기 위한 논의가 올 상반기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3월까지 2007~20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 등을 상세히 담은 명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한참 분주한 분위기다. 그런데 관리업체가 명세서를 작성하려고 해도 검증기관(검증심사원)이 부족해 3월말로 예정된 명세서 제출도 제 때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명세서 제출 전에 검증기관의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졸속 추진 탓에 목표관리제가 처음부터 삐걱거리게 생긴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환경부와 녹색성장위원회, 청와대까지 나서서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자 업계는 곤혹스러움을 넘어 분노하는 분위기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배출권 거래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초기 단계에서 준비가 미흡해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간 공감대는 마련됐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우리 기업과 국가의 저탄소 체질개선을 위한 진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된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하고, 기업 역시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출발선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