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이상돈 대표
“지열발전, 제도와 법령 구축으로 시동 걸 때”
인터뷰/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이상돈 대표
“지열발전, 제도와 법령 구축으로 시동 걸 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0.11.0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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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는 이미 성공적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열발전을 현재처럼 지지부진하게 미룰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이상돈 대표는 국내 지열발전의 성장이 더딘 상황을 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국을 비롯해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 지열발전 선진국에서는 예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과 아이슬란드에는 현재 각각 3093㎿, 575㎿급 지열발전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적극적으로 지열발전 도입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움직임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이노지오테크놀로지(이하 이노지오)는 2008년 휴스콘건설로부터 분리되어 설립된 지열발전 전문기업이다. 국내 첫 지열발전소 건설사업인 ‘제주도 심부 지열 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각종 지열발전 정책 제안, 지질 조사, 해외 사례 연구 등을 해오고 있다.

▲24시간 365일 전력생산 - 지열발전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항상성’이다. 지열발전은 지구 내부의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나 외부 영향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대표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원들은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열은 한번 설치해 놓으면 기후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그 규모에 따라 대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환경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열은 땅 속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이 대표는 “모든 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기는 하지만 환경에 영향을 전혀 안 미친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지열 대지 면적을 적게 차지하는 만큼 환경 피해 영향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열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무한성’이다. 다른 화석 연료는 말할 것도 없고, 원자력 발전에 이용되는 우라늄 역시 현재 100년을 좌우로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양광발전도 결국 한정된 자원인 폴라실리콘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지열발전은 계속 될 수 있다”며 “시추기술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면 설치 단가도 엄청나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지열발전 걸림돌 투성이 -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열발전의 국내 정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 관계 법령 미비,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제주도 프로젝트 역시 지자체 설득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대표는 “외국 사례 등 꾸준하게 자료를 제시하고, 사업 타당성을 설명했지만 좀처럼 프로젝트가 진척이 되지 않았다”며 “이는 국내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이겠지만 하루 빨리 지열발전에 대한 제도와 법령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도 매우 열악하다. 최근 열린‘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 고시제정 공청회’에서 지열발전은 아예 제외됐다. 뿐만 아니라 천공에 드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사업자 위험부담 보호 제도도 전무하다.
이 대표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은 그동안 발전차액을 지원해 주는 등 정부에서 산업 육성에 힘써왔으면서 지열에는 유독 관심이 덜 하다”며 “뒤쳐진 지열발전의 기술 발전과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지 소유주와 실제 사업자 간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소유권, 개발권에 대한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며 “라이센스 획득과 같이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법령 제정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첨단 지열발전 기술 ‘EGS' - 이 대표는 국내 지열발전의 해답을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로 제시했다. EGS란 투수성이 불량한 지하 심부 결정질 암반에 지열수의 순환이 잘 되도록 인공적인 지열저장소를 형성, 투수성을 높이는 지열 에너지 개발 시스템이다. 현재 유럽, 호주 등에서 상용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처럼 화산 지대가 아닌 곳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 대표는 “EGS방식은 땅 속 천연 암반의 틈을 활용한 첨단 방식”이라며 “제주도 프로젝트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EGS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GEL사와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를 시작으로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 50㎿급 지열발전소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도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지열발전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땅 속에 열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분명한 상식”이라며 “100℃가 나오던  200℃가 나오던 이용방법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지열발전에 관심을 갖고 산업을 육성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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