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력발전기 유지 관리 대책 '시급'
제주 풍력발전기 유지 관리 대책 '시급'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10.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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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단지 600kW급 원인불명 화재 발생

제주시 구좌읍 행원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15기 중 600kW급 2호기의 나셀 부분에서 지난달 25일 오후 3시 14분경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6분 만에 자연진화됐으나 발전기, 증속기 등 나셀 대부분이 타버리는 바람에 제어기능을 상실한 블레이드가 빠르게 계속 돌아갔고, 나중에는 중심을 잃어버린 타워 역시 저녁 9시 35분경에 지상 10m 부분에서 꺾이면서 넘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소방차 14대가 출동해 사고지점 반경 2㎞ 내 출입을 통제하고 주민 120여명이 긴급 대피시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타워가 인근 육상양식장을 덮치면서 피해를 입혔다.

이번에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는 덴마크 베스타스사의 제품으로 지난 1998년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처음 설치된 것으로 13년째 가동 중이다. 날개 직경 42미터, 타워높이 45미터로 제주도에서 운전 중인 약 50기의 풍력발전기 중 가장 오래된 모델이다.

행원풍력발전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제주도는 사고 발생 다음날 소방당국을 비롯해 전기 및 기계 전공 대학교수,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등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와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제주도는 사고 발생 며칠 전부터 풍력발전기에 이상 징후가 포착돼 가동을 멈춘 상태였으나 제동장치가 풀리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라 ‘전기’보다는 기계적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한국기계연구원 관계자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 원인 조사팀을 구성해 오는 11월 1일부터 본격적인 조사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제주대학교 허종철 교수(기계공학)는 “풍력발전기는 25㎧까지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있는데 사고 당시 풍속은 15㎧ 정도로 가동 범위내에 있었다”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사고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제주에 설치된 모든 풍력발전기의 유지·관리와 보수 등을 위한 조례가 제정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위법인 제주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어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환경연합은 “이번에 발생한 행원풍력발전단지 2호기의 화재 및 붕괴사고에 대한 민관산학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하고도 투명한 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도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사고 원인이 기계 결함인지, 관리 문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에 읜한 것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연합은 이어 “같은 기종인 1호기에 대한 점검도 필요할 뿐 아니라 행원, 한경, 수산, 함달 등 제주도내 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중 대부분이 사고가 발생한 베스타스사 제품이기 때문에 다른 발전기는 이상이 없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며, 제작사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화재가 발생한 600kW급 같은 기종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이 기종은 행원풍력발전단지에 2기, 울릉도와 포항에 각각 1기씩 설치돼 있다. 하지만 울릉도와 포항의 경우 고장이 발생해 수년째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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