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어깨 너머로 배운 우리가 이제는 ‘세계 최고’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어깨 너머로 배운 우리가 이제는 ‘세계 최고’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0.05.24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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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쉼 없는 노하우 축적 결과… 2012년까지 핵심기술 자립
UAE 원전수출로 세계시장 진출 발판… 국내 원전부지 확보 ‘공론화’

김종신 사장은 지난달 제5대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했다. 연임을 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임에 성공한 것은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역사상 첫 원전수출인 UAE 수출을 이뤄냈고 신규 원전건설도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원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러 면을 봐도 요즘 원전산업은 말 그대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김 사장 역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만큼의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바쁜 와중에 김 사장을 만나 원전산업 전반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변국영 기자>

- 지난달 사장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를 내세웠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자는 것입니다. 2012년까지 총 5000여명의 원전 전문인력을 확보해 UAE 원전 건설 및 원전 추가 수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원전건설도 차질 없이 수행토록 할 작정입니다. 지난달 227명의 정규직 신입사원과 전문 연구인력 25명을 뽑은데 이어 하반기에도 200여명의 신입사원을 추가로 채용할 것입니다.

- 전체적인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부문별 필요인력을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원자력교육원 안에 있는 ‘원전기술인력 양성센터’와 영광, 월성, 울진훈련센터를 통해 올해 총 1000여명의 원전 기술인력을 양성할 것입니다. 원전 전문 기술인력은 용접공과 배관공, 철근공 등 건설분야 600여명과 원전 운영분야 400여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2012년까지 총 3000명 이상의 원전 전문 기술인력을 키울 것입니다.

- UAE 원전수출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는데요. 길게는 반세기, 짧게는 30년인 원전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6번째의 원전 수출국이 됐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원전산업의 성장, 그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평가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영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고리 1·2호기를 건설할 때만 해도 발전기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급기술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담당했고 우리는 사택을 짓고 모래와 자갈 등을 운반하는 지극히 초보적인 인력만 제공했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어깨 너머로 습득한 기술을 점차 발전시켜 현재 대부분의 기술을 자립한 상태입니다. 한국형 표준원전의 기술자립도는 95% 이상이며 특히 종합사업관리와 원전연료 제조, 시공기술의 자립도는 100%에 달합니다.

보통 원전 이용률이란 보유하고 있는 발전소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운영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것은 발전소의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원전 이용률은 지난 2008년 93.44%, 작년에는 91.7%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고 주요 경쟁국보다도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원전 이용률이 10%포인트 높다는 것은 1000MWe급의 한국 표준형원전 2기를 1년 정도 더 발전해야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을 추가비용 없이 얻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UAE에 수출하기로 한 ‘APR1400’ 모델을 예로 든다면 최초 콘크리트 타설부터 상업운전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어느 나라 노형보다도 짧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델은 조금 다르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10개월에서 30개월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건설공기를 크게 단축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들이 지난 30여 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반면 우리는 1980년대 이후 거의 매년 1기씩 원전을 건설해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기술자립을 이뤄 건설 단가가 다른 나라보다 저렴합니다. 보통 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전기술의 상당부분을 자립했지만 핵심기술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기술의 완전 자립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원전기술의 선진화와 해외 진출을 위해 ‘원자력발전기술 개발사업’ 예컨대 ‘Nu-Tech 2015’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지난 2008년 이 계획을 당초보다 3년 앞당겨 2012년까지 완료토록 하는 ‘Nu-Tech 2012’로 바꿨지요. ‘5%’ 부족한 기술은 원전계측 제어시스템과 원전설계 핵심코드, 냉각재펌프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원전계측 제어시스템은 중앙제어실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7월까지 국산화를 완료하기로 했어요. 원전설계 핵심코드 중 안전해석코드는 ‘원천기술의 척도’로 통하죠. 발전소가 요건에 맞게 설계됐는지 점검하는 기술인데 2012년 10월까지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노심설계코드는 원자로에서 우라늄 등 핵연료를 이상적인 상태로 태울 수 있도록 해주는데 최근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냉각재펌프는 2012년 6월까지 자체 개발하기로 했어요.

-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은 가동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에너지입니다. 석탄과 비교하면 불과 1/100에 지나지 않습니다.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이나 풍력보다도 탄산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습니다. 태양광 발전에 비해선 탄산가스 배출량이 1/3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은 원자력발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현실에서 매장량이 풍부하고 효율성 높은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원자력발전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로 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원자력이 다른 발전보다 단연 우위에 있습니다. 경제성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1kWh 전기 생산단가는 원자력이 약 39원입니다. 원자력과 가장 경쟁이 될 만한 것이 석탄화력인데 석탄은 약 53원, 그리고 우리가 많이 쓰는 가스 발전소는 약 143원, 기름은 160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가스는 원자력의 3배, 기름은 4배 이상 높으니 원자력발전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2030년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1200조원 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번 한국형 원전 수출이 향후 세계 원전시장 진출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우리는 30여 년전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입했지만 이제는 원전 플랜트 전체를 우리의 손으로 외국 땅에 세우게 됐습니다. 실로 가슴 벅찬 일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 원전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은 물론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원전 수출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전 수출이 가능한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 기술로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은 국가의 위상 제고 뿐 아니라 국가간 교류와 유대 강화, 민간 부문의 수출활동 촉진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국내 얘기를 해볼까요. 현재 원전 20기가 가동 중인데요. 8기를 더 짓는 중이죠. 국내 원전사업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모두 8기이고 오는 2030년이 되면 약 38기의 원전이 가동돼 전체 전력의 59% 가량을 원자력발전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건설 중인 8기 원전 이외에 오는 2030년까지는 8∼10기를 더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된 신규 부지는 6기 정도에 불과해 추가로 6기 정도를 건설할 수 있는 부지 2∼3개 곳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신규 원전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원전부지 확보 기본계획’을 마련해 이를 공론화하는 용역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신 경영방침도 선포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신 경영방침은 회사 창립 9주년을 맞아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비상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안전 최우선 경영 △글로벌경쟁 우위 확보 △화합경영 실현 △성과중심 경영을 통한 효율, 신뢰, 창조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슬로건은 ‘제2의 도약, 한수원 NEW Challenge’로 내걸었습니다. ‘NEW Challenge’는 Nuclear Energy World Best Challenge의 약자로 한수원을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로 한 단계 발전시키고 동시에 UAE 원전수출을 토대로 세계적인 원자력회사가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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