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무엇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9.06.08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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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북 남원에 산다. 여동생에게 태양광 사업을 같이 하자고 했다. 딸들 이름을 따서 ‘승하발전소’라고 이름도 지었다. 태양광 발전소 지으면 생활이 윤택해질 줄 알았다. 바다이야기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는데 우리가 불법오락기보다 못한 신세인가. 태양광이 더 나쁜 것인가. 이번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강조했다는데 지경부, 지자체는 이러고 있으니 손발이 안 맞는다.

#2. 울산 사람이다. 정부가 권장하는 사업이고, 수익이 작아도 망할 우려가 없다길래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비오는 날 빼고 경상도에 안 가본 데가 없다. 2009년 2월 10일,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미 정부융자금이 바닥났다고 하더라. 컨설팅 비용만 3000만원 날렸다. 나 혼자만 망하면 되는데 친구를 끌어들였다. 6000평 땅을 사서 둘이 갈랐다. 각자 1억 8000만원이 들어갔다. 내가 한 사람 죽인 것이다.

#3. 2006년부터 태양광발전소 땅 찾느라 충청도, 전라도 안 다닌 땅이 없다. 1년 걸려 지난해 5월 허가를 받았는데 지경부 고시가 나왔다. 충격에 5, 6개월 헤매고 다니다가 공사를 다시 하려고 했더니 경제가 나빠져 돈을 빌릴 수가 없었다. 올해 2월 다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지경부 홈페이지에 고시가 올라오고 일주일도 안돼서 50MW가 차버렸다. 2~3년 동안 거지가 다 됐다. 신나 뿌리고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 입술이 다 부르텄다. 아예 포기를 시키던지, 2011년까지 한다고 해놓고 기준가격은 고시도 않고 있다. 없는 서민들 데리고 장난하는 것인가.

#4. 충남 논산에 3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땅도 사고, 인허가도 받았지만 민원 때문에 사업이 중단됐다. 100kW로 줄이는 걸로 합의를 하고 사업을 재개했다. 모든 공사가 끝나고 이제 계통연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전선이 지나가면 안 된다며 다시 반대가 시작됐다. 이제 남은 시간은 두 달인데 그 안에 끝낼 수 있을지 가망이 없다. 앞이 캄캄하다.

전국에서 태양광사업을 추진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이들의 딱한 사연이다. 서로 흩어져서 한숨만 쉬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 돼 버렸지만 이를 계기로 ‘바른’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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