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시장이야”
“바보야, 문제는 시장이야”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9.05.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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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내로 풍력, 태양광 관련 협회의 설립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는 “이제야 정부가 업계와의 소통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 같다”며 반가운 기색이다.

태양광 연도별 지원한도 설정으로 태양광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온 터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91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지경부가 태양광, 풍력 등 수년에서 수개월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신재생에너지원별 협회 설립허가 요구를 마침내 수용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는 얘길 듣고 떠오른 구절이다. “바보야, 문제는 시장이야”

인·허가에만 보통 2~3년이 소요되는 풍력발전사업의 제도개선과 국내 풍력산업을 육성하자며 발전사업자와 제조사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 2007년 여름 풍력발전산업협의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정부의 협회 설립 불허 입장에 따라 2년 가까이 손발이 묶여 있었다.

‘이미 신재생에너지협회가 존재하는데 비슷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단체에 설립 인가를 또 내줄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의 입장이었다. 이른바 ‘창구단일화’ 논리인 셈이다. 협회 설립 요건을 만족하면 일정 기간 이내에 인가를 내주도록 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월권’을 행사한 것이다.

태양광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연말 태양광발전산업협회에 이어 올해초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가 잇따라 생겨났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급기야는 ‘두 협회가 비슷한 성격인데 통합한다면 허락하겠다’는 제안까지 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실랑이가 벌어지는 동안 우리나라의 태양광정책은 정부가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반대로 가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만약 정부가 입장을 바꿔 민간 분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협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면, 같은 내용의 정책을 내놨더라도 그 충격과 파장은 달랐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은 하나의 거대한 개별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업계가 수출을 위한 일정 규모의 내수시장만 확보해달라는 주장을 하는 이유다.

개별 협회 설립은 신재생에너지로 통칭해서 불리기는 하지만 단일산업 규모가 독자적인 이익단체를 필요로 하고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듣고 싶은 얘기에 귀를 닫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예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아선 안 된다. 녹색강국은 민간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함께 가야만 가능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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