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천연가스 시장 재편 움직임과 영향
LNG시장 글로벌화 진행 … 수입국간 경쟁심화
세계천연가스 시장 재편 움직임과 영향
LNG시장 글로벌화 진행 … 수입국간 경쟁심화
  • 조남준 기자
  • 승인 2009.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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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재편 움직임 활발·지역별 가격 동조화 뚜렷
‘가스 OPEC’ 출범 본격화 … 자원 무기화 우려

천연가스는 세계 에너지소비의 약 25%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 석유, 석탄과 함께 세계에너지 산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고유가와 환경규제 등으로 청정연료인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의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천연가스 생산 국가들의 모임인 가스수출국포럼(GECF)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본 딴 일명 가스OPEC을 공식 출범시키고 천연가스 생산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그동안 북미, 유럽, 동아시아 등 3대 권역을 중심으로 분할됐던 천연가스 시장이 권역별 수급 불균형 확대와 수송 및 저장 기술의 발달 등으로 LNG시장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수입국간 경쟁이 심화되는 등 천연가스 시장 재편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주요 천연가스 소비국들의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천연가스 가격 상승 압력도 증대함에 따라 에너지 수입국의 부담 가중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세계 천연가스 시장 현황 및 재편 움직임을 살펴 보고 향후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조망해 본다. 

천연가스 비중 지속적 확대

천연가스가 5대 에너지 자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기준 석유 35.8%, 석탄 28.4%에 이어 23.7%로 3위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4∼2030년 중 천연가스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2.0%로 석유 1.3%, 석탄 1.8%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동지역의 경우 발전 및 석탄 화학 부문의 수요증가, 아시아 개도국은 석탄을 대체할 연료로서 천연가스 사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천연가스 생산량은 연평균 2.8%로 소비량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역별 생산비중을 보면 유럽·구공산권 37.4%, 북미 26.3%, 아시아태평양 13.2%, 중동 11.7% 순이다.

매장량의 절반정도인 56%가 러시아 26.3%, 이란 15.5%, 카타르 14% 로 3국에 집중돼 있으며, OECD국가의 가스매장량은 전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천연가스의 확인 매장량은 180조㎥로 향후 64년간 공급가능한 양으로 추정되고 있다.

IEA는 세계 천연가스 생산이 2015년 2.8조㎥로 이 기간 동안 연 2.5%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연평균 생산은 중동 연 7.1%, 아프리카 연 5.2%, 중남미 연 4.8% 등이 높은 신장세를 보이는 반면 북미 연 0.7%, 유럽 -0.5%로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유가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 왔으나 2006년 이후 유가는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는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난방유 수요가 많은 천연가스는 2006년 및 2007년 겨울의 이상 난동으로 수급에 여유가 있었으나 석유는 지정학적 위험과 투기자금의 영향으로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데 주로 기인했다.

또한 미국의 헨리허브 천연가스 가격과 러시아산 및 인도네시아산 가격은 모두 유가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을 보였다. 

LNG교역중심 변화


국제 천연가스 시장은 지역별 수급불균형 확대, 아시아를 비롯한 천연가스 수요 증대 등으로 지역간 교역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화가 점차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교역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진전되고 있다.

특히 LNG거래가 확대되면서 현물거래가 활성화 되고 풍부한 매장량을 보유한 중동지역의 천연가스 개발도 본격화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이와 맞물려 러시아를 비롯한 천연가스 생산국들은 생산시설 국유화, 국가간 가스카르텔 등을 통해 생산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 시장은 향후 지역간 교역규모가 유럽 북미 등의 OECD국가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주요 소비지역인 북미와 유럽의 생산증가 여력이 불충분해 여타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어 원거리 무역의 큰폭 증가가 예측된다.
 천연가스 교역형태도 파이프라인 중심에서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LNG교역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간 교역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의 약 23%에서 2010년 30%, 2030년에는 50%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LNG교역확대로 목적지 변경이 자유로운 현물거래의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른 지역별 천연가스 가격도 현재보다 더욱 동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 최대 매장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요 소비국들과의 지리적 위치 등으로 인해 가스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중동 지역의 가스전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은 주요 소비지역인 북미, 유럽 및 동아시아 지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모든 지역으로의 LNG수출이 용이해 이로 인한 시장 통합 촉진이 예상된다.


'가스 OPEC' … 공급통제 강화


최근 에너지 및 광물자원 보유국들에서 자원민족주의가 재확산되면서 천연가스 부문에서도 국영기업체 등을 통해 자원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생산국인 러시아는 가스산업의 국영화를 확대하는 한편 베네수웰라,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도 천연가스에 대한 국가 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23일에는 러시아 등 16개국으로 구성된 가스수출국 포럼(GECF)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본뜬 ‘가스OPEC’의 탄생을 공식선언했다. 16개 회원국은 러시아, 이란,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알제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리비아, 볼리비아,  트리니다드토바고, 적도기니,  카자흐스탄 등이다.

2001년 7월 이란 테헤란에서 결성된 GECF는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73%, 생산량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GECF의 힘은 회원국 가운데 러시아, 이란, 카타르, 베네수엘라, 알제리 5개 회원국만 합쳐도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분의 2, 생산량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배후에서 가격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등 천연가스 수입국에서는 에너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GECF 출범과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값싼 천연가스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선언이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수출국들을 결집시켜 가격 인상을 추구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2001년 결성돼 협의체 수준으로 운영되던 GECF를 공식 기구로 바꾸어놓은 주역이다.

특히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자원을 무기 삼아 수입국을 괴롭힌 대표적 자원 부국이다. 러시아 국영가스공사 가즈프롬은 지금도 우크라이나가 밀린 가스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1월 1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3년 전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이유로 이틀 동안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 사람들을 한겨울 추위에 덜덜 떨게 만들었다.

카타르를 비롯한 8개 GECF 회원국이 OPEC 회원국이기도 해 두 기구가 공조할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에너지장관은 ‘GECF와 OPEC가 지향하는 원칙은 똑같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동향 면밀하게 모니터링

GECF 주도 러시아와 좋은 관계 주력해야

OECD국가들의 생산여력 제약과 자원국유화 움직임, 천연가스 카르텔 출범 등으로 천연가스 시장은 공급자우위 시장으로의 전환 가속화와 공급의 안정성 약화에 따른 천연가스의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 초래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 카르텔이 본격 출범함에 따라 GECF를 기반으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천연가스 가격 담합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전문가는 “천연가스 카르텔이 출범했다고 해서 당분간은 영향력이 크지 않겠으나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통합이 진전되고 현물시장이 확대될수록 영향력이 커지지 않겠냐”면서 “향후 10∼15년 후에는 천연가스 카르텔을 통한 가격통제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고유가, 환경규제, 발전부문 수요, 아시아 개도국의 석탄 대체 등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대되고 있는 반면 천연가스 추가 생산 여력은 상대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에 집중돼 있어 향후 공급 불안 및 가격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교역확대로 천연가스 시장이 점차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분리돼 있던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 시장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가격도 동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는 천연가스 시장의 통합은 향후 북미·유럽 등의 수급상황이 아시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자원 보유국의 움직임과 향후 시장 통합 상황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대부분의 LNG를 수입하는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GECF 회원국”이라면서 “향후 원활한 에너지 수급을 위해 이들 자원 보유국 들은 물론 북미, 유럽 등 세계시장 동향을 더욱 면밀히 모니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한-러 정상이 양국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은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획기적인 방안”이라면서 “북한 지역 통과 문제 등 장애가 많지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GECF를 주도하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풀어 나간다면 다른 회원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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