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받는 고조도 반사갓
푸대접받는 고조도 반사갓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1999.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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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효율 조명기기의 일종인 고조도 반사갓이 푸대접을 받고 있어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조명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에너지절약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에서 형광램프, 안정기, 반사갓 등 3대 구성요소 중 램프와 안정기만 설치될 뿐 반사갓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ESCO 사업에서 정부 세종로, 과천청사에만 조명기기를 교체하면서 고조도 반사갓이 함께 설치되었을 뿐 민간업체에서 시행한 조명설비 교체에서는 거의 설치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고조도 반사갓이 반사율 95%로 약 40%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ESCO 사업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조명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명전력 절약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탓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램프와 안정기는 교체시 설치비를 보조하는 이른바 `리베이트'제를 실시하고 신축 공공건물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반사갓은 권장하는 차원에서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ESCO 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아예 반사갓 교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반사갓 제조업체는 이와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수없이 건의를 해왔으나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가 93년 연간 70KWH에 이르는 조명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고효율 형광램프, 안정기, 반사갓 등 3대 제품 개발을 추진하였으면서도 유독 반사갓이 고효율 조명기기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책당국자와 업계 사이에 고조도 반사갓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는 고조도 반사갓이 조도를 향상시켜줄 뿐 근원적인 에너지절약에 기여하지는 못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고조도 반사갓이 40%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공인기관에서 평가한바 있다면서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형광등기구를 고조도반사갓에 채용한다고 해서 전력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또 공인기관에서 고조도 반사갓이 40%의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하니 이 역시 부인할 논리는 없다.

 그럼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조도 반사갓의 기본적인 성능은 반사율을 높여 똑같은 열원에서 발생하는 빛의 밝기를 높여주는 데 있다.

 40%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은 바로 빛의 밝기를 40%나 높여 준다는 것을 뜻한다.

 빛의 밝기를 높여주는 것을 에너지절약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논쟁의 쟁점인 것이다.

 93년 12월 공업진흥청은 美·日의 기준을 원용했던 한국산업규격을 전면개정, 주택·학교·사무실 등에서 장소별로 적정 조도를 쓰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실에서는 300Lux 이상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하일 경우 빛이 어두워 학생들의 시력을 감퇴시키는 것은 물론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장소가 적정 조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우기 에너지절약을 한다고 해서 웬만한 건물이면 절반 정도의 형광등이 아예 끼워져 있지도 않은 상태이다.

 정상적으로 설치된 형광등을 모두 켜도 적정한 조도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더 말할 나위없이 우리국민은 알게 모르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운데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 장안구에는 숙지고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교실에는 2등짜기 6개조의 형광등이 설치되어 있다. 국내의 학교 교실은 거의 비슷한 정도로 전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학교는 지난 97년 시범적으로 한 교실에 고조도 반사갓을 설치했다. 반사갓을 설치하고 경기 지방 중소기업 사무소가 주축이 되어 조도를 평가한 결과 455Lux로 측정되었다.

 고조도 반사갓을 설치하지 않은 다른 교실은 220Lux 정도였다.

 조도가 문제되었던 이 학교는 등을 더 설치하는 대신 고조도 반사
갓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기도 교육청 산하 모든 학교는 고조도 반사갓을 설치해 조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약하는 쪽으로 시책을 강구하고 있다.

 ESCO 사업에서는 빛의 밝기는 도외시한 채 에너지절약만 단순히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조명기기 교체 사업은 이른바 녹색조명운동이다.

 국민이 적절한 조도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조도의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녹색조명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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