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한전의 읍참마속
에너지수첩.....한전의 읍참마속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1999.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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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구조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요즘 한전을 한 개인으로 보자면 참 기구한 운명에 놓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한전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주대상이면서 동시에 구조개편의 주체라는 이중적 입장에서 비롯된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자체가 간단히 말하면 그동안 한전이 독점해 온 전력산업을 민영화한다는 것이고 바꿔말하면 그것은 한전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기득권의 상실을 뜻한다. 거기에다 구조개편의 와중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인력감축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결국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그 당위성을 떠나 한전의 입장에서만 보면 자신의 뼈와 살을 깍아내야 하는 고통이고 솔직히 얘기하면 피해가고 싶은 시대흐름일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기구하게도 타인에 의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자신에게 고통을 강요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외관상 정부 주체로 추진되고 있으나 실제로 세부작업은 한전 인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구조개편의 기본골격을 잡는데서 부터 현재 진행중인 구조개편기획단의 업무에 이르기까지 한전의 해체작업은 사실상 한전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물론 그것은 전력산업에 대해 한전 사람들 만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당위성과 효과를 널리 홍보해야 하는 일도 한전의 몫이다. 그것은 자신의 고통을 애써 감추고 겉으로는 웃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일 것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자신에게 커다란 고통을 줄 수 밖에 없는 일을 우리 스스로 추진하고 또 이를 홍보하고 자랑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대승적 차원을 위해 스스로의 아픔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전쟁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아끼던 부하인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귀향보내야만 했던 상황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그동안 개편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전개돼 왔고 아직도 그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나 개편작업은 일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조개편이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그 추진과정에서 최대한 오류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최적안을 도출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는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인 듯 싶다.

자신 스스로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밖에 없는 기구한 입장에 놓인 한전이지만 구조개편의 주체로서 향후 개편작업을 훌륭히 마무리하는 것도 다름아닌 한전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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