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본법 사회합의로
조속히 국회통과시켜야 한다
에너지기본법 사회합의로
조속히 국회통과시켜야 한다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6.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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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으로 에너지기본법이 해를 넘겼다.
새해부터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산자부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에너지 기본법은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 마련되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 정책에 관한 기본틀을 담고 있다 .

이번에 에너지 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한시가 급한 고준위 방폐장 처리문제는 또다시 표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점이 산자부의 염려다.
에너지기본법은 에너지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에너지정책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부처간에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토대이다. 

에너지기본법은 에너지문제의 국가 아젠다 승격을 정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 에너지정책의 밑그림을 마련해왔다. 에너지정책의 특성상 거시적 목표를 구체화하고 효율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에너지 전담조직의 확대 개편과 전문 관료의 양성 등을 포함한 조직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단순히 경제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내외 경제ㆍ사회적 환경 변화는 이러한 단선적 접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우선하는 차원에서 산자부 주도 아래 일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간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별도의 기본법이 없었다. 시책과 사업내용에 따라 ‘석유사업법’, ‘전기사업법’ 등 개별법에 근거해 추진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시행중인 에너지 관련법률만 28개나 되는 형편이다. 일관된 법체계 없이 에너지 관련 법률이 256개나 난립하고 있다. 행정부처들이 개별적으로 관리대상을 규율함으로써 부처 간 업무연계가 미약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어려웠다.

에너지문제는 산업·환경·교통 등 각 부문과 연계되어 있다. 이를 고려한 통합적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 부처들을 통합적이고 일관되게 조정해야 한다. 나아가 미래지향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부합할 수 있는 기본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 법의 제정과 관련 정부는 NGO와의 갈등을 표출해왔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도 파행을 연속했다.

당초 정부(산자부), 김성조 의원 및 조승수 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다. ‘국가 에너지기본법’은 산자위를 거쳐 현재 단독 정부안으로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있다.
하지만 NGO들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기에는 상당히 근원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가장 논란이 되는 관리구조의 문제를 보자. 이 법 제9조에서 에너지 관련 계획 및 정책을 심의ㆍ조정하기 위해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두되 “위원회의 소관 사무는 간사위원(산자부 장관)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5개 분과위원회를 두어 타 부처와 민간에 문호를 개방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그 동안 야당 등에서 주장해 온 독립적 사무국의 설치를 배제하고 있다. 산자부가 그 기능과 역할을 대신토록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관리구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자칫 정책수립의 부처간 통합성도, 참여의 민주성도 담보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또 에너지기본법으로서의 위상 및 논리체계와 관련하여 보자. 이 법안은 제5조에서 “원자력의 이용 및 안전관리에 관하여는 원자력법 등 관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며”로 되어 있다.
이는 기본법으로서의 의의를 스스로 실추시킬 수 있다. 에너지정책의 효과도 감소시킬 우려도 있다.

지난해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를 넘었다. 그 중 원자력 발전이 발전량 기준으로 40%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을 제외할 경우 포괄적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 법안은 제2조 ‘연료’의 정의에서 당초 제시되어 있던 “핵연료를 제외한다” 는 문구를 삭제했다. 원자력 이용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제10조에서 “원자력 발전정책에 관한 사항”은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내적 일관성도 상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NGO들의 또 다른 주장을 보자. 산자부가 에너지정책을 독점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GO들은 정부여당의 에너지기본법안에 대해 “정부여당의 에너지기본법은 독소조항을 추가해 산자부 친화적인 법안으로 바꿔졌다”면서 “에너지정책에서 산자부의 전횡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 임시국회에서 에너지법의 통과를 다룬다해도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며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에너지 기본법은 향후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장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수립 관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 NGO는 정부가 시장경쟁요소 확대와 규제 완화 중심의 민영화로 재벌의 이익에 종속되는 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산자부에 의해 산업정책 위주의 에너지정책으로 전락해 또다시 정책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에너지기본법이 졸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은 물론 고준위 처리장에서조차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주가 방폐장 후보지로 확정됨으로써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 문제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더 큰 진통이 예상되는 사용 후 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문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정부는 고준위 폐기물 문제와 관련, 국회에서 에너지기본법이 통과되는 대로 올해부터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설립, 사용 후 연료문제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고준위 처리에 대해 선진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모든 과정에 주민, 지자체, 관련부처간의 원활한 협의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 이희범 산자부 장관도 “지난 시기에 겪었던 갈등은 보다 안전한 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교훈”이라며 “국회에 상정돼 있는 에너지기본법이 통과돼 내년에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설립되면 각계각층이 참여해 고준위 폐기물 문제도 그 안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으로 접근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종합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에너지 기본법에 고유가에 대한 장단기 대책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
에너지기본법을 종합적이고 특별법적인 성격으로 만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문제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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