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선진 7개국와 러시아가 참여한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에 반대한다며 친환경 신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또 "온실가스를 더 잘 통제하면서 동시에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바로 내가 우리 동료(정상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혀 G8 정상회담에서 이런 방안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영국 ITV와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의가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서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환경에 대한 해도 줄일 수 있는 신기술로 옮아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교토의정서에 대한 반대를 거듭 천명한 뒤 미국은 교토의정서나 그와 유사하게 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어떤 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대신 수소연료 차량 개발과 배출가스가 없는 발전소 같은 신기술 개발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 희망, 그리고 블레어 총리 희망 역시 교토 논란을 넘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대기를 더 깨끗하게 하고 외국 석유의존도를 줄여 경제적, 국가적 안보를 확보할 수 있게 연료를 다양화하는 신기술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8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이번 G8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아프리카 빈곤 퇴치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조치를 핵심의제로 삼을 방침이다.
지구온난화를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일 것'이라고 주장해온 블레어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구온난화 위협에 대한 과학적 견해와 신속한 행동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가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키고 미국 내에서 500만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등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온실가스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독일 정상과 비공식 회담 후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G8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 기대를 표명했다.
해설 - G8 정상회담서 온난화대책 합의 가능할까
이번 주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향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동참키로 했던 교토의정서에서 G8 회원국으로는 유일하게 이탈한 후 이에 복귀토록 하기위한 국제적 압력이 거세게 가해져왔기 때문이다.
올해 G8 순회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와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등을 앞세워 미국이 이번에 `성의'를 보이도록 유도해왔다.
블레어는 미국이 교토의정서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특히 크게 내온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부시 사이에 끼어 절충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G8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정상회담 후 발표할 성명초안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지구온난화 방지 부분의 의견 조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실무협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영국의 중재로 미국과 프랑스간에 절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성명초안의 지구온난화 부분이 정상회담에서 고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것이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성명초안의 지구온난화 방지 부분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점'과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줄이기 위해 교토의정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프랑스가 이 두가지 점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미국과 마찰을 빚었으나 미국의 비협조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과 영국의 끈질긴 중재로 결국 워싱턴측이 한발 양보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서 지난 3일 비공식 소집된 프랑스-독일-러시아 정상회담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 회담후 기자들에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어려운 협의를 가져왔다"면서 그러나 "합의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 진정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를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은 4일 제네바에서 성명을 내고 "미국이 G8 가운데 지구온난화 대응 점수가 가장 낮다"고 비판했다.
G8 정상회담을 앞둔 또다른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내 주요도시 시장들도 최근 교토의정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비협조를 비판하면서 `어차피 맞을 매인 만큼 우리가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백악관을 난처하게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G8가 기후협약에 관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경우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하는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점을 영국측이 강조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가 미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이 대신 신기술 투자를 통해 기후 개선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는데 대한 곤혹스런 표정은 역력했다.
이런 가운데 더 타임스 3일자 일요판은 영국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기후 변화가 (심각한) 현실로 나타났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 됐다"는 내용이 G8 공동성명 초안에 포함됐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블레어와의 `친분' 등을 감안해 이에 서명할 것으로 영국측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런 내용의 성명이 채택된다해도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너무 미진하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도 비준한 교토의정서가 지난 2월 16일 공식 발효되기는 했으나 2002년 기준으로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근 24%로 최대 `기후오염국'인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선진국이 오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에서 최소 5.2% 감축해야 한다는 의무도 느슨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라면서 부시 행정부가 이것조차 협조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지구온난화 방지 부분에서 설사 가시적인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것이 실효를 내기까지는 여전히 먼길을 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