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 '러유전개발' 의혹 어디까지
감사원 특감 본격화
철도공 '러유전개발' 의혹 어디까지
감사원 특감 본격화
  • 김경환 기자
  • 승인 2005.04.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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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여부.사업성.계약금 회수문제 관건
김세호 건교부차관 "직접 관계없다"

철도공사 러시아 유전 투자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이 지난주 말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을 조사한데 이어 금주 중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김세호 건설교통부차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기로 해 특검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감사원 특감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감사원은 앞으로 철도청이 사할린 유전 개발에 참여키로 결정한 배경과  외압여부, 민간사업자와 공동투자 과정,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한 배경, 계약금 반환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감사원 특감과 관련,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전씨와 권씨 그리고 에너지 전문가인 허씨 등 민간인  3명이 유전개발 사업 참여과정과 각자의 역할에 대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고 특히 일부 언론에 여권 주변 고위인사의 이름이 새롭게 거명되고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 조사를 받는 김 차관은 4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김 차관은 "지금으로서는 뭐라 할말이 없다"면서 "하지만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설을 일축했다.
이처럼 사업 관련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이번 주 안으로 김 차관을 조사하고 이어 다음주 중 전씨와 권씨 그리고 에너지 전문가인 허씨 등 민간인  3명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이번 사건의 진상은 이번 주 중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은 그동안 "철도청 구조상 러시아 유전사업 업무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 철도공사  관계자들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에 앞서 김 차관이 지난해 9월 초까지 철도청장으로 재직해 이  사업의 초기 추진 과정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주 중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도공사의 유전개발사업 참여 의혹과 관련, 현재까지 거론된 인물은 신 사장과 김 차관,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외에 유전개발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 권광진 쿡 에너지 대표, 에너지 전문가인 허문석 씨 등 민간인 3명이다.
이들 가운데 전씨와 권씨 그리고 허씨 등 3명은 철도공사가 러시아  유전개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에 주주로 참여한 민간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우선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러시아 유전 사업을 처음  추진한 권광진씨로, 그는 러시아 원유관련 무역업을 하다가 사할린 유전에 관심을 갖고 투자자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대월 씨를 알게 됐으며, 이때 전씨를 연결시킨 사람이 자원문제 전문가로서 이광재 의원의 정책자문위원이었던 허문석 씨라는 얘기가  철도공사 주변에 나돌고 있다.

실제 KCO의 대주주인 전씨는 4일 일부 언론을 통해 "작년 8월 이광재 의원의 소개로 이 의원의 정책자문위원인 허문석 씨를 알게 됐다"면서 "허씨가 사업얘기를  듣더니 자신이 돈을 끌어오겠다고 해 사업을 함께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그러나"이 의원이 나와 동향이고 서로 아는 관계여서 공연히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의원의 연계설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철도청 유전사업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며 결백함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사인간의  소개, 그것도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업가인 허씨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만남을 주선하게 아니라 전화번호를 주면서 만나보라고 했을 뿐인데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이익을 쫓아 나를 팔고 다니는 사람들을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라며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인들이 실제와 무관하게 이 의원을  내세웠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허씨에게 이 의원을 소개한 사람이 여권 주변의 고위인사인  L씨였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주목되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L씨가 KCO 대표인 허문석 씨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며, L씨가 이 의원을 허씨에게 소개한 뒤 이 의원이 전씨와 허씨를 연결해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L씨는 "5~6년 전 사무실을 찾아온 허 박사를 같은 대학 동문인 이 의원에게 인사를 시켜준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개발과 관련한 내용은  금시초문"이라면서 연루설을 거론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 제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한편 감사원 특감이 알려진 뒤 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자  야당  일각에서 국정감사를 거론하는 등 정치권까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성 충분했나
과연 철도 운행이 주업무인 철도청이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 정도로  사업성이 있었느냐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다.
사업성이 있었으나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중도에 해지한 것과 애초부터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다 사태가 불거진 것은 책임소재나 외압문제 등에 있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사업 다각화와 부대수익 확보, 철도운행에 필요한 안정적인  원유 공급 등의 차원에서 추진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석유공사나 민간기업들은 사업성  검토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 철도공사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민간인으로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전대월(43) 하이앤드 사장과  권광진(54) 쿡에너지 대표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할린 6공구의 육상과 해상의 원유 추정 매장량이  우리나라가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75억 배럴에 달하고 있어 당시로서는 충분히 사업성이 확보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압 있었나
사업 착수부터 추진 과정에 정치권 등의 외압이 있었느냐도 각종 의혹과 맞물려 하루 빨리 규명돼야할 사안이다.
철도청이 사업에 착수한 배경이나 은행 대출 과정, 계약 해지에 이르기까지  누가 어느 정도 외압을 행사했느냐는 것인데,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최대 지분(42%)을 갖고 참여한 전대월씨와의 친분 때문에 구설수에  올라 있다.

이 의원은 전씨와 동향인 데다 철도공사 신광순 사장까지 한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되자 "철도공사의 유전 개발사업과 관련해 관여한 바도 없고 이를 입증할 수도 있다"며 의혹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히는 등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씨도 언론을 통해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광재 의원이 거론되고 있어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철도공사도 "순수한 자체 판단에 의한 사업 착수"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민간인 참여자인 권광진 씨는 일부 언론에 "철도공사 간부가  개인적으로 유전개발사업 당사자 격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의 지분을 갖고 있다가  이 같은 사실이 감사원과 청와대 민정실에 적발돼 서둘러 계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폭로, 철도공사 간부 관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계약금 회수 가능한가
KOC가 러시아 유전개발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620만 달러(당시 한화 70억원)를 돌려받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감사원 특감과 사태 확산이 계약금 620만 달러를 떼일 위기에 처했다는 데서 출발한 만큼 계약금을 돌려받는다면 파장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철도교통진흥재단과 러시아측 알파에코그룹이  3차 협상을 가졌으나 예정일을 넘겨 계속될 정도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도공사측은 일부 행정비용만 부담하면 계약금을 회수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계약 조건에 인수잔금 납일일 이전까지 러시아 정부의 허가가 없을 경우 1주일 이내에 계약금을 즉시 돌려주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금액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상대방 측에서 행정비용을 부담하면 계약금을 반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으며 만약 이번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중재를 통해서라도 돌려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국내 언론에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참여를 두고 각종 문제점이 보도되면서 상대방 측에서 이를 빌미로 계약금 반환에 미온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KOC 측과 계약을 한 당사자인 알파에코그룹의 자회사인 원유생산업체가 작년 12월 러시아의 한 기업에 매각된 것이 알려지면서  계약금을  정상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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