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26년을 공단에서 근무하며 내 스스로에게 항상 자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지역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
우리
공단을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의 최우선적 사명은 ‘대민봉사’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접할 때마다 내 스스로 위축이 드는 것은 무언가 부족한 한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작년 말부터 우리지사에 에너지복지지원사업이라는 신규사업이 도입돼 시범적으로 운영을 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도내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 보호시설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이 거주하는 시설에 대해 기존의 재래식 조명시설을 최신식
고효율조명기기로 교체해 주는 사업이다.
처음 이 사업을 접했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의 오랜 궁금증 하나가 풀릴 수 있는 열쇠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업착수에 앞서 나는 담당직원을 따로 불러 업무내용과 작업지시를 내리는 자리에서, 이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닌 ‘빛과
따뜻함 나누기’ 운동임을 강조하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시설에 계신 분들께 조금의 불쾌감도 없이 공사를 잘 마무리
할 것도 지시했다. 그리고 어느덧 공사예정 기간인 두 달이 흘러 지난달 초 최종점검을 나가야겠다는 담당직원의 보고를 받고 나 역시 시범사업
공사현장 중 한 군데인 하남시의 모 양로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양로원에 도착해 보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르신들께서 사회복지사 분들과 함께 나와 계셨다. 그리고 우리 일행을 보자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부모님 같으신 어르신들의 감사 인사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조명시설 하나 바꿔드렸을 뿐인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한 일이 이 정도로 크게
환대를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고마움의 표시가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과분한 고마움이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한 사회복지사로부터 전해들어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곳 시설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외로움이 사무칠 수 밖에 없는 분들이시다. 이런 분들이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의 크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더욱이 고령인데다 바깥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시기 때문에, 침침한 재래식 형광등
불빛 아래서 느끼는 외로움은 더욱 크셨으리라. 이런 분들께 밝디 밝은 고효율형광등의 불빛은 어느 노인분의 말씀처럼 봉사가 눈을 뜬 것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선(善)이 작을 것 같아 베풀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의 저 편에는 그 작은 선조차 몹시
기다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생명과도 직결이 될 수 있는 힘든 손짓도 있다. 공직생활 26년에 비로소 공직이란 대민봉사의 차원을 넘어서
소명이요 천명임을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이 분들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깨달음의
하루였다.
이상순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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