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사회의 해악 ‘악성민원’을 척결하자
새해는 사회의 해악 ‘악성민원’을 척결하자
  • 남부섭
  • 승인 2022.01.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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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조정해결위원회 설치, 그리고 주민동의서 없애야

[한국에너지] 지난해 말 산자부는 집적화단지 첫 성공사례로 서남해상풍력과 안동 임하댐 사업을 선정했다.

집적화단지 사업은 10여 년 동안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서남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원을 법적으로 다루기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집적화단지 사업은 일정 규모 이상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 우리는 지난날 원전과 관련하여 엄청난 민원에 시달려 왔다. 이 정부 들어 원전을 멀리하고 재생에너지를 하면서 에너지 분야의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민원이 발생한다. 사업승인 절차에 민원동의서는 가장 만들기 어려운 서류가 되어버렸다.

급기야 지방자치기관들은 각종 조례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고리원전 사업을 하면서 법정 보상금 이외에 주민들에게 플러스 알파를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에는 정부가 하는 사업에 법정 보상금 이외 지원하는 사례는 들어본 적 이 없던 때였다.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원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시위를 주도하는 조직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원전 사업과 관련한 민원은 전국적 조직을 갖춘 전문 시위조직이 지역주민을 앞세워 갈등을 조장했다. 이들 세력은 워낙 막강하여 원전을 건설하는 울진, 삼척 등지에서는 전 지역이 붉은 플래카드로 뒤덮일 정도였다.

민원이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관련된 사업이 종료되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원전민원은 사업이 계속 추진되어 온 관계로 끊임없이 지속되었고 직업 시위꾼을 만들어 냈다.

원전 분야에서 계속되어 온 민원 행태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 언제부터인가 모든 인허가 사업에 법에 없는 주민동의서를 첨부하도록 편의적인 행정이 실시되었다.

탄소중립에 따른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엄청난 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을 해낼 수 있을까?

집적화단지 사업처럼 정부가 구조적으로 수익이 나게 만들어 주고 그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게 하면 가능한 일이다.

집적화 사업은 40MW 이상 규모에 해당한다. 대부분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민간에서 추진하는 적지 않은 사업들이 지금도 민원에 발이 묶여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보통 민원이라면 손해를 보상하는 차원이지만 요즈음 민원은 차원을 달리한다. 사회적으로 돈의 가치도 떨어졌지만 무엇보다 한 몫 잡으려는 편취성 민원이 많아진 것이다. 사업비의 10% 이상을 요구하는 게 다반사다. 태양광 사업을 하면 10년이 지나도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데 사업비 10%를 추가 투자하면 할 수 있겠는가?

최근 스마트 원자로가 미래 에너지라는 주장이 있지만 어느 혹자는 스마트 원자로를 소비처 인근에 설치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고 있다.

우리는 향후 짧은 시간에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나 돈이 아니라 사회 수용성, 즉 민원이다.

비단 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사회악으로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민원에 대한 척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주민동의서라는 서류를 없애야 한다. 주민동의서는 법률적으로 갖추어야 할 서류가 아님에도 공무원들이 민원이 야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만들어낸 발상이다. 인허가 상 갖추어야 할 서류는 법정 서류다. 법정 서류 이외에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민원은 주민동의서를 요구하는 행정당국 때문에 더 기승을 부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는 행정개혁이 아니라 법정행정의 기본에 어긋난다. 정부는 법에도 없는 주민동의서를 폐기해야 한다.

수많은 사업이 추진되는 현대사회에서 민원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민원 해결은 개인 사업자의 몫이다.

개인에게만 민원을 맡기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이다.

각 지자체나 인허가 기관은 민원을 조정 해결하는 기구를 설치하여 문제 발생 시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와 유사한 제도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백화점이 지방 도시에 인허가를 신청할 경우, 소상공인의 반대가 당연하지만 지역 사회에 구성된 위원회가 수용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위원회를 통하여 정상적인 민원과 편취성 민원을 구분 대응하여야 한다.

편취성 민원은 지역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다.

에너지 분야 민원은 반원전 친 재생에너지가 과거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 재생에너지 민원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단적으로 그동안의 에너지 민원이 순수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산자부도 에너지나 산업과 관련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두어 인허가 기관인 지방자치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악성 민원은 건전한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암적인 요소다.

지구촌 어디를 돌아다녀 보아도 우리처럼 민원성 플랜카드가 난무하는 나라는 없다. 국격을 낮추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악성 민원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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