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방도 해결하지 못할 난제
장자방도 해결하지 못할 난제
  • 한국에너지
  • 승인 2020.06.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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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감사
감사원장이 공개적으로 사과

[한국에너지신문]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 되면서 감사원장이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5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국회 감사 요구 사항을 국회법에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하지 못한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법정 기간 내에 감사를 종결하지 못한 데 대해 감사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 빠른 시일 내에 월성 원전1호기 감사를 종결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수원이 약 7000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원전1호기는 당초 2022년까지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현 정권이 탈 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2018년 6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19년 9월 30일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고 감사원은 10월 1일부터 법정 기한 5개월을 지나고도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최 원장은 최근 담당 국장을 교체하는 등 감사결과를 내놓기 위한 방안을 추진 해 오는 일련의 연장선상에서 대외적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장이 대외적으로 공식 입장을 냈으니 조만간 감사 결과는 발표할 것처럼 예측 된다.
하지만 월성 원전1호기 감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를 결정하면서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것도 월성 원전1호기의 경제성 문제를 감사해 달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정부가 폐쇄의 이유로 내세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었다면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여러 언론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문제는 산자부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저평가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에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 발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경제성이 없다’는 정부의 판단과 대치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월성 원전1호기를 보수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때도 타당성 조사는 산자부, 한수원이 했다. 타당성을 억지로 만들어 냈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산자부는 모순된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 감사에서 정부가 말한 대로 경제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정부는 탈 원전 정책이 힘을 받고 지난 정권들의 적폐를 청산하는 큰 성과를 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성이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면 적폐청산을 화두로 내건 이 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질 공산이 크다.

아울러 탈 원전을 부르짖어 온 현 정권의 정책도 모두 명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산자부, 한전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신규 건설 보다 상식적으로 경제적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당초 설계수명 보다 연장해서 이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어떠한 내용으로 내놓아도 논란의 불씨를 피해 갈 방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감사원은 차라리 결과를 내놓지 않고 그에 따른 비판을 받는 게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른다.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는 종결했겠지만 결과에 따른 파장이 두려워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장자방의 꾀주머니라도 빌려야 할 형국이다.
근본적으로 월성 원전1호기 폐쇄 결정의 이유로 ‘경제성’을 내세운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에너지 산업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뇌관을 만들었다.
탈 원전으로 정책을 전환하기 위한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전력 판매 가격이 가장 낮은 원전을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폐쇄 결정 이유로 내세운 것은 현 정권의 정책 입안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감사원은 “한수원의 비협조로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도 했다.
잘못을 변명하고 덮으려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짠 맛이 없는 소금을 소금이라고 할 수 없듯이 감사원장 자리는 행정부 내에 유일한 소금자리다.
최재형 원장, 이 시대의 표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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