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준수, 미국의 생산량, 중국의 소비량
산유국 감산 준수, 미국의 생산량, 중국의 소비량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12.1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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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0년 국제유가 변동 요인에 관한 세 가지 질문

[한국에너지신문] 내년의 국제유가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해마다 등장하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은 ‘모른다’일 것이다. 정확하든 말든 무수한 예측이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신(神)의 영역’이니 ‘휘발성 예측’이니 하며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중요한 요인은 있다. 올해의 추세, 세계 경제의 흐름, 공급과 수요를 크게 변동시킬 사건들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2020년의 유가를 변동시킬 요인을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해 본다.

산유국은 감산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예전 같지 않은 OPEC의 영향력

                                                             

OPEC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산유국들은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떠나 자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석유에 관한 의사결정을 한다. 그것은 OPEC에는 위험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OPEC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산유국들은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떠나 자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석유에 관한 의사결정을 한다. 그것은 OPEC에는 위험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지난 5~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2020년의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2019년의 마지막 사건이 될 행사가 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비회원국 연합체 OPEC+는 2020년부터 하루 50만 배럴의 추가 감산에 합의했다. 내년부터 전 세계에서 감산되는 원유량은 170만 배럴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는 감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하는 다양한 복선이 있었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하는 것은 기간을 합의하지 못한 점이다. 기간을 합의하는 데에 가장 큰 반대를 한 나라는 러시아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컨덴세이트(초경질유)를 생산쿼터에서 제외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라는 당초에도 감산을 최소화하고 있는 비회원국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감산되는 양은 당초 합의와 같이 내년 3월까지만 유효하다. 기간까지 좀 더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더라면 어렵게 이끌어낸 생산량 합의를 조금 더 유효하게 확정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3월까지는 북반구의 난방연료 수요가 몰리는 시즌이다. 퍽 단기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산유국이라면 이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라크는 지난해 12월에 합의된 생산 목표량 451만 2000배럴을 정면으로 어기고 올해 1분기동안 463만 5000배럴을 생산해 냈다. 비교적 적은 할당량을 받은 아프리카의 회원국들도 같은 기간 생산량을 초과했다. 콩고는 31만 5000 배럴을 생산해야 하지만 32만 6000배럴, 가봉은 18만 1000배럴을 생산해야 하지만 20만 9000배럴을 생산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1분기에는 생산량 목표 177만 4000배럴보다 2만 8000배럴을 밑도는 173만 6000배럴을 생산했다. 하지만, 2분기가 되자 목표량에 9000배럴을 더한 178만 3000배럴, 3분기에는 6만 8000배럴을 더한 184만 2000배럴을 생산해 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 감산을 선언하면서 이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나름대로 파장을 안겼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의 감산 불이행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라크는 특히 지난해 2분기에 산유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려는 욕구가 크다.

OPEC의 또 하나의 불안감은 바로 감산합의나 각종 정책 등에 대한 불만으로 회원국이 탈퇴하는 것이다. 지난해 카타르, 올해 에콰도르가 울타리를 벗어난 것이 그 예다. 인도네시아도 일찌감치 OPEC의 틀을 벗어났다.

OPEC 비회원 산유국(OPEC+)도 정책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면서 실질적으로는 회원국 못지 않은 자격을 갖게 된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OPEC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첫째, OPEC이 주도할 수밖에는 없는 감산 합의의 이행률 역시 떨어뜨리는 것이 그 다음이다. 회원국끼리의 유효한 합의도 할 수 없지만, 비회원국을 회원국과 거의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은 조직 그 자체의 운영에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산유량 기준으로 작은 나라든 큰 나라든 결국 생산량 저감으로 가격을 방어하는 의도와 생산량 유지나 증가로 점유율을 방어하는 의도가 충돌한다. 대부분 적절한 결정을 내리겠지만, OPEC 및 OPEC+라는 틀과 거기서 내려진 결정을 답답하게 여기는 나라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합의는 산유량은 더 줄어들었고, 일부 국가에 적용되는 예외의 범위는 더 커졌다. 이로써 감산 합의는, 그리고 OPEC 조직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균열이 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유가는 겨우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떨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미국은 얼마나 더 생산할 수 있을까
꾸준히 올라가는 생산량, 시추 투자는 부진

미국은 1980년대까지 일산 800만 배럴 가량의 원유를 생산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에 따르면 1989년부터 1993년까지 700만,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500만까지 내려갔지만, 2011년 이후 생산량이 반등하기 시작해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8~900만 배럴을 오가던 생산량은 지난해 2월부터는 1000만 배럴을 넘겨 올해 11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1290만 배럴을 기록했다. 2016년에 오르내림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가운데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2018년 700만 배럴 수준에서 2024년까지 1200만 배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원유 유전의 주간 생산량 시계열.(출처=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미국 원유 유전의 주간 생산량 시계열.(출처=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늘어난 생산량은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석유제품 순수출은 지난 2015년 220만 배럴이던 것이 차츰 올라 지난해 340만 배럴을 기록했다. 올해도 제품 수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는 순수출이 2015년 50만 배럴에서 지난해 200만 배럴로 늘어났고, 올해는 300만 배럴 내외로 예상된다. 순수입은 2015년 740만, 2016년 790만, 2017년 800만에 육박하다가 2018년 780만 배럴 등이다. 올해는 600만 배럴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 원유 생산량,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단위 천 bbl
최근 미국 원유 생산량,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단위 천 bbl


미국 원유 재고는 2013~15년보다 4억 3800만 배럴 가량 많아졌다. 이에 따라 주요 기관들은 양질의 원유 생산, 송유관 확장 등에 힘입어 미국 원유 수출 증가 추이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원유 퍼미안 지역 등 셰일 유전과 수출 터미널을 잇는 송유관을 지속 확장 중이어서 운송제약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의 시추 활동은 다소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석유 기업의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그러나 미완결 유정 수가 금년 10월 현재 7600여개로 다소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향후 증산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산 증가세가 멈추거나 재고가 급감할 별다른 신호가 없을 경우 유가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반등하는 국면은 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더구나 미국 이외에도 노르웨이와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 등 향후 2년간 200만 배럴 내외의 생산량 증가가 예상돼 국제유가를 더욱 아래쪽으로 인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의 석유 수출 감소는 최근에는 별로 주의 깊게 다뤄지고 있지 않지만, 이는 OPEC의 회의 결과와 버금갈 정도로 큰 수급 관련 뉴스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의 석유 수출이 정상화될 경우 유가는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중국은 얼마나 더 소비할 수 있을까
차츰 저조해지는 성장률, 유화 부문 소비는 증가

내년의 세계 경기는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3.4%를 기록하며 올해 3.0%보다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내년 원유소비가 하루 1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의 2024년까지의 중기 석유수급 전망에 따르면 수요는 2018년 9920만 배럴에서 2024년 1억 640만 배럴로 늘어나고, 공급은 같은 기간 9970만 배럴에서 1억 560만 배럴로 늘어난다. 장기전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약간 타이트한 셈이다.

비OECD 수요는 2018년 기준 5140만 배럴에서 2024년 기준 5850만 배럴로 연평균 2.2%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OECD국가들의 수요는 같은 기간 4780만 배럴에서 4790만 배럴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별로는 LPG, 에탄(2.6%↑)과 나프타(2.6%↑) 등 화학 원료 및 친환경 연료와 항공유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0.7%↑), 경유(0.9%↑), 중유(0.1%↓) 등 은 수요가 완만하게 늘어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기가 활황인지 불황인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중국 경기의 전망이다. 이는 에너지 시장, 작게는 석유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009년 이래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국제에너지기구, 미국 에너지정보청, BP, 엑손모빌 등이 모두 2040년까지 장기적으로도 원유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2017년 이래 세계 석유 수입량 1위국, 수입시장 비중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는 원유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석유 전문 정보채널 오일프라이스도 중국의 수요전망과 경제 지표, 미국 등의 나라와의 무역 협상 여부 등이 국제유가를 변동시키는 절대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OPEC의 감산 발표나 미국의 석유비축량 발표 등 전통적 변수의 영향이 줄어들었다. 이 매체는 또한 올해 순간적으로 유가가 가장 많이 올랐던 사건을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꼽으면서, 올랐던 유가가 이내 내려앉으면서 영향은 초단기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2007~2018년 중국의 원유 수입량, 출처 OPEC(CEICDATA.com 재가공 재인용)
2007~2018년 중국의 원유 수입량, 출처 OPEC(CEICDATA.com 재가공 재인용)

한편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세계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인 5~6% 사이로 예상된다. IMF는 5.8%를, 중국 인민은행은 5.6~6% 사이를 제시했다. 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저조해짐에 따라 중국은 다양한 기반시설 건설로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국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영향으로 석유와 석탄 등이 차지했던 수요의 일부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이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의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최근 들어 중국이 휘발유와 경유, 등유와 같은 연료유보다는 석유화학 원료유 수요를 늘리는 점은 고무적이다. 일례로 2020년 기준 에틸렌 수요는 5230만톤으로 이는 2015년 3761만톤에 비해 30% 가량 늘어났다. 산업 발전에 따라 화학 산업 수요가 늘어나고, 여기에 환경 이슈에 따른 고도화 정제시설 수요가 작으나마 늘어날 경우 급격하진 않지만 완만하게나마 원유 소비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전망에서 중국과 함께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구 대국인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소비 비중이 6%에 달하며, 이는 2040년 기준으로 1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수요도 2020년대 중반에는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예측 정확성 기하기 어려운 국제석유시장
작은 수요의 흐름이라도 잡아야

석유 시장은 이제 다극화되어 그 어느 요소도 예측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생산도 소비도 확실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난 3~5년간의 추세와 양상은 미국을 중요한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등장하게 했고, 이전의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게 했다. 미국이 차지한 자리의 원래 주인인 OPEC은 러시아를 위시로 한 다른 비회원 산유국들과의 공조가 아니면 최소한의 영향력도 유지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석유시장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가 큰 흐름을 주도하고, 여기에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과 다양한 산유국들이 그 흐름에 약간의 변화를 가미하는 위와 같은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짙다.

큰 변동이 없다면 2020년의 석유시장에서는 2019년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소한 사건들은 시시각각 출렁거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곧 정리될 것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문제가 원만한 타결로 결론난다면 비교적 큰 수요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아프리카와 인도의 성장세 약진 등도 그와 버금가는 수요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세 가지 질문도, 그에 대한 대답도 영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장단기를 떠나 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국제유가의 급등락 요소는 과연 있는가? 단, 전쟁을 제외하고.’ 그 대답이 무엇이든, 산유국은 그리고 투자자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대신 작은 수요의 흐름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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