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기에너지 재난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역할
[전문가 칼럼] 전기에너지 재난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역할
  • 조기선 전기연구원 전력정책연구센터 센터장
  • 승인 2019.07.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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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선 전기연구원 전력정책연구센터장
조기선 전기연구원 전력정책연구센터장

[한국에너지신문] 현대사회가 전기에너지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전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하곤 하는 질문이다. 전기에너지가 우리의 필수재화가 된 상황에 대한 부담감일 것이다. 영향도를 인지하고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사명 의식이다. 전기에너지가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 즉 정전은 전기에너지 업계가 안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도전이고 지혜를 모아 해결할 과제이다.

올해에도 세계 여러 곳에서 정전이 보고됐다. 지난 6월 16일에 남미지역의 대규모 정전으로 5000~6000만 인구가 불편을 겪었고 복구에 14시간이 소요됐다. 7월 13일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7만 3000여 시민이 피해를 보았고 약 5시간 만에 복구됐다. 이는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정도의 규모이고, 이보다 작은 정전은 훨씬 많을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124건의 정전이 국가재난안전포털 통계에 게시되어 있고, 이 중 1만 1000가구에 피해를 야기한 정전도 있었다. 

정전에 대한 피해와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클 수 있다.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되었으면 되었지 낮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전기에너지의 공급 지장에 따른 영향도와 의존도를 상세히 파악하고 철저히 완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국가기반체계로서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을 규정하고 이러한 국가기반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시설을 국가기반시설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전력분야 국가기반시설은 전력공급 핵심시설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전력 설비는 국가기반시설이며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관리활동은 예방(Prevention), 대비(Preparedness), 대응(Response), 복구(Recovery) 단계로 구분된다. 예방과 대비는 사전단계이고, 대응과 복구는 사후단계이다.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며, 사후에 적절히 대응하고 빠르게 복구하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역량을 평가하고 역량 제고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종 매뉴얼의 주기적인 제·개정, 모든 주체의 교육 훈련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다만, 사후단계는 어느 정도 명확한 목표와 절차에 따라 준비될 수 있으나 사전단계는 필요성은 인정되나 정치·경제·사회측면의 다양한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기에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방을 위한 노력에는 매우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투자와 접근이 중요하다.

전기에너지는 여타 국가기반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도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에너지 공급지장을 단지 정부의 관리 대상으로만 담아두기에는 그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즉, 정부나 관계기관이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준비하려면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합심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때다. 우선은 과학기술계가 나서야 한다. 관리 주체의 준비가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닥쳐올 다양한 상황을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공유하여 관리 주체들이 합리적으로 대처할 역량을 배가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기술계가 해야 할 일이다. 

전기에너지의 재난이나 위기상황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니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시각과 재난이나 위기상황에 대한 역량을 끌어올리는 과학기술적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시각 사이에서 정부의 합리적인 접근과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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