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사고, 에기평은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강릉 사고, 에기평은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 남부섭
  • 승인 2019.07.01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강원도 강릉에 있는 강원 테크노파크를 찾았다. 수소 탱크가 폭발한 현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변 건물의 지붕은 모두 날아갔고 엉망인 상태였다.

100여 미터 떨어진 테크노파크의 건물 창문도 모두 부서져 긴급 복구됐다. 업무는 볼 수 있었으나 건물 입구에는 여전히 노란 줄이 처져 있었다.
테크노파크는 현시점에서 건물 파손 등의 피해가 160억원, 실험 자재 피해가 50억원 등 전체적으로 2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피해는 12가지 정도의 모든 연구과제가 중단됐다. 과제를 준 모든 기관이 사고가 나자마자 달려와 보고 더 이상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중지해 버렸다. 이로 인해 테크노파크는 모든 수입이 사라졌다. 당장 임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연구과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저장하였다가 필요시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제다.
이 논리는 재생에너지가 공급의 안정성이 부족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 가운데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실증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광으로 전기는 얼마든지 생산 가능하다. 그리고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기술은 기술 축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수소를 이용해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일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다. 무엇을 연구하기 위한 것인가?

연구과제 가운데 이러한 시스템 실증 과제가 적지 않다. 기술 분야의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필자가 보기에는 기술적으로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것을 구태여 시스템 실증이라고 해서 연구과제로 삼을 아무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소경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소의 생산 비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주장이 있다. 
비용이야 들어가지만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 취지에 걸맞지 않느냐 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전기도 아니다. 

에너지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시 이용하면 된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수소를 연료전지를 거쳐 다시 전기를 생산한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보면 빵점이다.

현 정부가 수소경제를 선언하면서 수소는 연구 분야의 블랙홀이란 말이 있다. 연구비를 싹쓸이하다시피 당겨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연구비가 풍부하다고 해서 아무 데나 써도 되겠는가?

이번 사고로 두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연구를 추진한 기업들은 적지 않은 금액의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꼭 필요했는지는 몰라도 연구비에 눈이 멀었다. 그리고 에기평은 에너지 분야 연구과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수준 이하임을 보여 주었다. 

한 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연구비가 3000억원이 넘는다.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기삿거리라도 될 만한 성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연구개발은 1988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결론은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상용화된 것을 겨우 실증 연구라는 이름으로 매달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에기평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당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경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