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출범에 대한 우려
[전문가 칼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출범에 대한 우려
  • 정동수 한남대 기계과 교수
  • 승인 2019.06.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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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 교수
정동수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환경부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수차례 내놓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대책위원회도 명칭은 물론, 환경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소속 변경까지 해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것은 환경부의 대책과 추진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500여 명의 국민정책참여단과, 사회 각계각층 대표 인사 44명의 위원을 주축으로 하여, 분야별 전문위원회와 자문단을 별도로 구성하는 대규모 조직이다.

이 조직으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의제를 도출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말은 그럴듯한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첫째, 미세먼지 대책은 정확한 과학기술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데 국민의 의견수렴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발병 원인 규명에 자신이 없자, 새 치료 방법을 연구해 보지 않고 병원 직원들의 여론조사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꼴이다. 책임회피용 꼼수에 불과하다.

둘째,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국민들은 환경부의 부정확한 자료를 검증 없이 믿고 쉽게 받아들이게 되므로 여론몰이에 이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2017년 5월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된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책 토론회가 가장 유사한 사례이다. 서울 시민 3000명이 참가해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 선별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서울시는 준비된 정책 자료로 시민들에게 선 설명, 후 토론 과정을 거쳐 미세먼지 재난을 선포하고 서울시 실천 5대 약속을 발표했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고 기존 정책을 강력 추진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시민의 불평을 사전 차단하고 책임회피도 가능하게 됐다.

지난 4월 11일 환경운동연합은 서울 등 전국 8개 주요 도시에서 경유차 퇴출과 친환경 대중교통 활성화를 촉구하는 ‘미세먼지 줄이기 집중행동’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또, 경유차의 신차 판매 금지와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을 촉구하고, 경유세 인상과 보조금 지원정책을 폐지하라는 세제개편까지 요구했다. 경유차가 가솔린차보다 질소산화물은 8~14배, 미세먼지(PM2.5)는 340~600배 더 배출한다는 자료를 검증도 하지 않고 제시했다. 엉터리 자료인 줄도 모른 채.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16일 KBS1 ‘시사기획 창’에서는 경유차의 미세먼지가 가솔린차와 배출량이 비슷해도 입자가 작아, 초미세먼지 숫자는 훨씬 더 많이 배출하므로 경유차 퇴출을 강조하는 방송을 했다.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도 ‘클린디젤 자동차’는 사기였고 경유세를 인상해서 신형경유차까지 퇴출해야 하는데,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눈치 보고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줄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3월 LPG차 일반인 구입가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도 경유차 1㎞ 주행 시 질소산화물이 0.56g 배출되어 LPG차보다 약 90배 배출된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가 근거였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도 신형 경유차는 필터(DPF)가 부착되어 신형 가솔린차보다 오히려 10배 정도 적게 배출되므로 ‘클린디젤’이라 불리는 것인데, 오히려 경유차가 340~600배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가짜자료이다.

질소산화물은 신형 경유차의 실도로 주행 규제치가 0.16g/㎞이므로 가솔린차에 비해 약 1.33배이고, 이 규제치를 초과하면 생산을 못하게 된다. 노후 경유차를 대상으로 한 옛날 자료이거나 가짜 자료임이 틀림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곧은 심지를 갖고 추진하려 해도, 담당부서 공무원이 꼼수를 부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번에 거창하게 출범한 위원회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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