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좌담회] 재생에너지 무엇이 문제인가
[진단 좌담회] 재생에너지 무엇이 문제인가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9.06.1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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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차원의 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업계 살려면 송배전 의무화 등 한전 책임 강화해야

[한국에너지신문] 지난 4일 정부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최대 35%까지 올린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지난 7일 서울 종로 모처에서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센터 전임 소장들과 의견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남부섭 본지 대표의 주재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 관한 발전 방안, 정부 정책의 문제점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 일    시 : 6월 7일  
■ 참석자 : 사회 - 남부섭 본지 대표
               토론 - 김형진 신재생에너지나눔지기 상근부회장
                        남기웅 한국에너지융합협회 부회장 
                        이성호 한국농어촌공사 에너지개발부 전문위원 <이상 가나다 순>
■ 사진·정리 : 조성구 기자

좌담회 참석자
좌담회 참석자

▲사회자=신재생에너지센터 전임 소장을 모시고 좌담회를 하는 자리는 처음이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 산업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시지요. 정부는 강력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35%를 확정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 위원=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천천히 가자는 쪽과 시간이 없으니 단기적으로 빨리 가야 한다는 사회적 양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유엔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파리 기후협약을 달성하기 위해서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조류에 맞추려고 한다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35%는 너무 작다는 생각입니다. 제3차 에기본 워킹그룹에 참여해 40%까지 늘리자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동안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도전적인 목표인 것도 사실이라는 생각입니다.

▲김 부회장=재생에너지 비중 35%(4035 정책)는 부족하지만 최선의 대안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2년 전 3020 정책과 비교하면 정책 후퇴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도 구체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는 장기적인 계획이라 하더라도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합니다.

정권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5년 단위의 시행안이라도 나와야 합니다. 현재 농촌태양광은 각종 규제로 진행을 못 하는 곳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입니다. 장벽을 해소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과연 무슨 도움이 될지 걱정입니다. 2040년까지 35% 달성에 의문이 듭니다.

▲남 부회장=에너지 전환의 목표 달성 과정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공간과 환경에 영향이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일까요? 수요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는 에너지 절약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기반이 크게 없는 상태에서는 먼저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 향상을 생각해야 합니다. 에너지 전원 비중을 말하기 앞서 에너지 효율 체제를 만들어 놓고 목표를 설정하면 실현 가능성이 더 올라간다는 것을 정책 입안자들이 알아야 합니다. 

재생E 35% 비중, 세계 수준엔 미달
RPS 제도, 발전의무사 독점 위험있어
부지확보 위해 재생E 경매제로 가야

▲이 위원=독일은 석탄 발전을 2038년까지 없애고 탄소세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영국도 석탄발전을 28%에서 5% 수준까지 낮춰 최근 5년간 온실가스를 대폭 줄였습니다. 자연사박물관에 영국 국민 수천 명이 모여 더 줄이라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5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80~85%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합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많은 주가 파리협약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고 5개 주는 2050년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겠다는 입법을 완료했습니다. 유럽, 미국, 중국 등이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세분 모두 35%는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늘리는 것이 현 정권의 기조와도 맞는데 이해가 잘 안됩니다. 정책 수립 과정에 문제가 있을까요?

▲김 부회장=정책 수립은 해당 부처에서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정책은 여러 부처가 모두 관여해야 실행 가능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정책과 보급 등은 산자부· 행자부, 공간은 국토부, 주민 협의와 환경 훼손 문제 등은 환경부, 하나라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합의된 룰을 기본으로 공공 예산을 만들어 진행할 때 순조롭게 입안됩니다. 지금의 상황은 한 부처가 반대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사회자=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는 잘 인식하고 있을 텐데 왜 개선하지 않을까요?

▲김 부회장=시군마다 재생에너지 조례가 제 각각입니다. 농촌태양광을 예로 들면 시군마다 규정이 다르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정부 지침을 만들고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와야 시도나 지방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공과는 논외로 하고 지난 MB정부의 녹색성장위원회 같은 추진력 있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4대강이 가능했습니다. 

▲남 부회장=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이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경제성이 없어서 시장이 작동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요금과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두부값(전력, 2차 에너지)이 콩값(1차 에너지)보다 싼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은 구조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한전 자회사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하고 있지만 한전 입장에서는 갈수록 부담만 되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려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면서 일어나는 많은 잘못된 시스템을 정부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활성화해야 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이익을 만들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아무리 공기업(한전)이라 해도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경영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사회자=자연스럽게 한전의 문제점도 거론됩니다. 
  
▲김 부회장=한전이 공식적으로 적자 요인을 밝히지 않아 잘 모르지만 재생에너지 부담도 상당할 것입니다. 한전이 적자가 가중되는 일을 반기겠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말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사회자=좀 더 들어가 제도의 문제를 얘기해보죠. RPS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위원=2012년부터 시작한 RPS 제도의 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정책은 냉정하게 말해 실패한 정책입니다. 산자부는 RPS로 발전차액제도(FIT) 시행 시기보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됐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FIT가 존속됐다면 재생에너지가 더 확대됐을 것입니다. FIT는 태양광 누적 설치량 500㎿를 기준으로 2008년 10월 말에 종료된 것으로 봐야합니다.

제도는 이후 2011년까지 이어졌지만 시행규정이 더 이상 개정되지 않아 사업자들의 설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3년은 태양광 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아류인 자발적신재생에너지투자협약(RPA)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FIT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한전 발전자회사에는 이익이 됐지만 민간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즉 FIT 시행 시기보다 RPS 도입 후 설치량이 많아 RPS가 더 나은 제도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풍력은 2008년 ㎾h당 103원이었지만 현재 REC+SMP로 산출하면 170~180원 정도로 올랐습니다. 그 기간 국산 풍력 설치비는 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원가는 내려가야 정상인데 올랐으니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FIT를 종결하고 RPS를 도입하는 이유가 가격을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자=그렇다면 RPS가 한전 발전자회사의 재생에너지사업 독점권으로 작용했다는 의미입니까?

▲이 위원=RPS 발전 의무를 한전 발전자회사에 부여했는데 이들이 발전 의무 90% 이상을 공급하는 상황입니다. 또 자회사의 비용을 한전이 100% 보존해주고 있습니다. 즉 재생에너지 사업 독점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민간은 발전의무사가 REC 구매를 해줘야 전기를 팔 수 있고 생산과 투자를 합니다. 이것의 90%는 한전 발전사업자들의 동의하에 이들에게 판매합니다. 즉 동의해야 팔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의 차액 비용을 전액 보존합니다. 이는 시장의 수요 공급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격이 비싸도 발전 자회사의 손실은 한전에서 보존을 해주니까 이들은 비용을 낮출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애초에 자유시장 경쟁이 아니라는 겁니다. 손실을 보존 받고 사업자들은 자신들에게만 전기를 팔아야 하니 의무가 아니라 권한이 된 것입니다.

▲사회자=그럼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합니까?

▲이 위원=대규모 재생에너지는 유럽, 중국, 미국 등과 같이 경매 제도로 가야 합니다. 송배전과 부지 확보는 국가가 해주고 설치 시공은 전문회사들을 경쟁에 붙여 잘하는 자에게 사업권을 줘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발전 원가가 국제 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민간이 부지 확보와 송배전 선로 설비에 들이는 비용을 줄여줘야 합니다. 국토 전체를 다시 리모델링하는 것입니다.

소규모 발전은 기존 전력망에 연결이 가능하니 민간이 자율적으로 하고 FIT처럼 고정 가격에 사줘야 합니다. 덧붙여 송전망을 확보하려면 독일처럼 송배전 회사(한전)의 송배전 투자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송전을 못하는 일이 생기면 송배전사업자가 배상하도록 정해야 합니다. 송배전사업자가 효율적인 투자를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김 부회장=또 국가가 부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결국 땅값만 올라가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부동산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폐염전이 평당 10만원이나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해상풍력을 예로 들면 바다는 할 수 있는 곳이 일정 면적밖에 없기 때문에 난개발이 많습니다. 대규모 사업 부지는 국가적으로 구역을 정해줘야 합니다.

해상 풍력을 하고 있는 SK나 포스코 등은 아무런 규제 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부지를 확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공업단지를 지정하듯이 재생에너지 사업지역을 지정 관리해야 합니다. 또 현재 3㎿ 이상의 발전 허가는 산자부에서 갖고 있습니다. 기존 화력발전 체계에서 수요 공급을 통제하기 위한 선례가 이어진 제도입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분산전원으로 특성이 다릅니다. 산자부에서 하지 말고 시도에 위임해야 합니다. 산자부가 허가한 곳을 도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빈번해 중복 허가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 부회장=재생에너지는 분산전원인데 왜 꼭 전력 계통에 연결해야 할까요. 기존 계통은 독점 체제로 인프라, 관련 기술 등 모두 한전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범위가 너무 넓어질 수 있지만 전력산업의 독점 체제 하에서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 문제의 해결도 어렵습니다.

▲이 위원=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재생에너지는 분산전원이 중심입니다만 분산전원인 태양광, 풍력이 기저 전력의 대체가 가능한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의 원전과 석탄 전력체계를 인정하고 부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대체해 중심전원으로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전력 사용은 주거용이 대략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산업용을 분산전원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분산전원의 대체량, 목표치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합니다. 무턱대고 재생에너지를 얼마만큼 늘리겠다는 목표는 의미가 없습니다. 나머지 원전과 석탄 비중도 같이 논의해야 합니다.

즉 에너지 전환을 어느 정도의 깊이와 시간을 두고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기후변화 대응이 세계적 이슈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깊이 있게 진행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 위원=이 위원께서 좋은 말씀 하셨습니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재생에너지 비중 하나만을 두고 논쟁하는 실정입니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 전반 정책의 발전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자=최근 에너지정보문화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전환을 찬성하는 입장이 80%가 넘지만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위원=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찬성합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유지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 데 주변 주민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집을 지을 때 주민의 동의를 받지는 않습니다. 형평에 어긋나는 규정은 없어져야 합니다. 반대하면 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문화는 사회적 소모이죠.

▲사회자=재생에너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보수언론의 가짜뉴스 배포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잘못된 보도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홍보 예산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부회장=재생에너지는 MB정부 때도 추진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탈원전’이라는 강한 단어를 사용한 것이 반대 입장의 큰 반감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원자력업계는 그간 한국의 기저전력을 담당했던 만큼 인력과 자금이 풍부합니다. 일부 언론은 상생을 위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태양광 사업으로 산사태가 났다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산사태가 나면 패널이 아니라 건물이 무너집니다. 또 국회의사당 지열 냉난방 사례를 포항 지열발전 사고와 비교해 비판하는 기사도 보도됐습니다.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자세입니다.

▲이 위원=최근 독일의 유력지 슈피겔이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40%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을 더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이를 국내 모 일간지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식으로 왜곡해 보도한 것도 전형적인 왜곡 보도의 사례입니다. 환경단체가 슈피겔지의 보도 원문 내용을 정확히 번역, 배포해 바로 잡은 일도 있었습니다.

▲사회자=그렇다면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에너지 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요.

재생E 보급 30%는 내수시장이 맡아야  
풍력시장 개방 해외 기술력 도입 필요 
경쟁국에 상응하는 지원책 마련해야

▲남 부회장=모든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전기에 국한돼 있습니다. 전기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합니다. 열을 제대로 사용하면 전기 수요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석유와 경유로 난방을 하는 것이 전기 난방보다 저렴했습니다. 현재는 전기로 난방을 합니다.

1차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이것을 다시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죠. 각각의 에너지는 용도에 맞게 쓰여야 합리적입니다. 에너지 공유경제도 논의할 만합니다. 에너지 패턴과 시스템을 공유하면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김 부회장=최근 재생에너지에서 신에너지와 비활용 폐기물에너지가 빠지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법률이 발의됐습니다. 국제 사회의 기준에 맞는 방향으로 가야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 35%를 달성해도 유의미할 것입니다. 다만 나머지 에너지 산업 지원 방안의 보완도 필요합니다. 하수 슬러지, 폐기물, 원자력 발전소 온배수 열 등을 포함하는 ‘미활용에너지법’이라는 개념 정립도 필요합니다.

▲이 위원=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는 다릅니다. 연료전지는 에너지가 아니고 기기입니다. 수소는 에너지 캐리어(전달자)이지 그 자체가 에너지는 아닙니다. 이 개념이 재생에너지법에서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려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도가 운영돼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난방을 위해 가스 난방 대신 전기를 생산해 난방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이런 가격 체계의 역전을 교정해야 합니다.

▲사회자=글로벌 기업들도 에너지 전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중 RE100이 주목됩니다.

▲이 위원=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나가는 일은 정부 주도로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심입니다.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사가 179개사나 됩니다. 회원사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협력사, 부품 생산공장에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해 수출하는 우리로서는 재생에너지를 세계 수준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당장 국내 산업은 자급자족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자=그럼 재생에너지 산업과 업계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눠보시죠.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중견 태양광업계도 부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만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제조업은 갈수록 어려운 모양입니다. 

▲이 위원=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중 최소 20~30%는 내수 시장이 담당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내 시장이 유지되고 테스트필드로 사용해 기술력도 발전합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현재 10%도 차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또 산업의 주체는 기업입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세금 감면 정책이 필요합니다. 투자세액공제 20%도 시행되다 없어졌어요.

미국은 IPC 제도를 시행 중이고 중국도 강력한 세액공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쟁 국가와 비교해 제도를 마련해야 국제 경쟁력이 생깁니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산업을 수출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책을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풍력 발전기의 국내 경쟁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15년 전에 천명한 후 시간만 지나고 있습니다.

풍력기기를 연구 개발 후 보급하겠다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풍력 시장을 개방해 제조 운전 기술을 도입하고 태양광은 국내 시장을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 부회장=2004년 광주에서 선 시티 사업을 할 때 중국이 배우러 왔었습니다. 테스트베드 하나 마련하지 못하면서 산업 육성은 말뿐이죠. 인도를 가보니 중국의 저가 제품이 들어와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국 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국제 시장으로 수출할 제품이 없습니다.

▲남 부회장=재생에너지 비즈니스는 과거에는 기술이 70%, 영업이 30%라고 했지만 이제는 영업이 99%입니다. 현재는 사업자가 송전과 배전까지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단독으로 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담보하고 기업이 협력체계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이 위원=원전, 석탄발전소 비즈니스를 할 때 꼭 부수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것이 최근 비즈니스 유형입니다. 이것을 같이 하지 않아서 국제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전과 같은 거대 공기업이 다른 에너지산업 수출을 준비할 때 부수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과 협업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사회자=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자가 한전이라는 분석으로 귀결되는군요. 

▲김 부회장=사업자가 발전소를 지으면 현재는 한전이 변전소부터 소비자까지 연결하는 배전 의무만 지고 있습니다. 발전소부터 변전소까지 연결하는 송전은 한전의 책임이 아닙니다. 한전이 책임지는 의무규정이 필요합니다. 한전이 연결을 책임지고 이용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돼야 국내 산업이 발전합니다. 신안 해상풍력의 경우 송전선로 건설 비용이 2500억원이나 들어갑니다.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위원=한전의 폐쇄성도 문제입니다. 발전단가, 원가 등 기본적인 전력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2011년까지만 공개하고 이후에는 오픈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국은 영국 에너지독립규제기관(OFGEN),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합니다. 사업자가 정보를 취득해 다양한 제3의 비즈니스를 할 기회를 박탈하는 셈입니다.  

▲남 부회장=송배전 문제는 ‘자동차를 산 소비자가 도로도 내라’라는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사업자의 비용이 올라가고 당연히 발전 원가가 상승합니다. 작은 태양광 발전은 기존 계통에 연결할 수 있겠지만 대형 해상풍력 같은 것은 송전선로를 사업자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요.

▲이 위원=사업자가 변전소를 짓고 한전에 기부하는 병폐도 있습니다. 민원이 없는 곳은 한전이 변전소를 건설하고 민원이 있는 곳은 사업자가 건설하게 하고 한전에 기부하라고 독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억원을 들여 변전소를 건설해 한전에 기부채납한 일이 있습니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 계획된 변전소 11개 중 9개는 한전이 건설하고 나머지 두 개는 민간에게 떠넘긴 상황입니다. 통신망처럼 앞으로 한전이 통제하지 못하는 계통이 수만 개 생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김 부회장=서남해상풍력은 인천까지 해저케이블이라도 깔아야 원만하게 사업이 추진될 텐데 현재 송전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진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위원=사업연구개발은 반도체 연구조합이 잘하고 있습니다. 연구조합이 기업들과 협의 과제를 만들고 연간 5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벤치마킹을 통해 재생에너지도 기업 위주의 연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바이오사업도 짚고 넘어가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분뇨 에너지 사업은 감사규정 때문에 5년 정도는 잘 됩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운영되는 곳이 없습니다. 감사기간이 지나면 분뇨는 강물에 편법으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에 사업에 투자를 하겠다는 해외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분뇨 확보가 어려워 진행이 안 됩니다. 에너지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독립적인 에너지부가 있어야 합니다. 에너지는 산업 정책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사회자=마지막 마무리를 이 위원께서 잘해 주셨습니다. 에너지 분야에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이 에너지부의 신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직의 굴레를 벗어난 진심 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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