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신문] 지난주 울산지역에서 근무하는 도시가스 안전 점검원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대부분 여성인 이들은 그동안 지속적인 성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의 특성상 점검원들은 고객의 집 안으로 들어가 가스 누출을 직접 점검해야 한다.
대규모 공장이 많은 울산 지역은 남성 혼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타지역에 비해 이 같은 일이 빈번하다고 이들은 밝혔다. 한 점검원은 성폭력 트라우마로 최근 극단적 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날 점검원들은 도시가스사와 울산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성폭력 방지를 위해 검침원 2인 1조 운영을 요구했다. 근로 매뉴얼에는 2인 운영이 명시돼 있지만 도시가스사가 비용을 이유로 규정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또 개인 할당 성과제 폐지와 점검 예약제 등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도시가스사가 하청을 준 서비스센터의 직원 신분이지만 현재 성과 할당제 방식으로 월급이 책정되고 있다고 한다. 즉 주어진 점검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월급이 깎여 지급된다는 것이다. 대략 개인당 매월 1200여 건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 중 97%를 완료하지 못하면 임금이 삭감되는 방식이다.
점검원들은 울산 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경동도시가스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지만 자신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울산시와 가스사에 호소했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서울도시가스 점검원 파업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노조 결성을 촉구했고 점검원 노조가 결성됐다.
점검원이 개인당 담당하는 세대수는 많게는 5000세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매달 가스 검침과 관련 송달 업무 등을 해야 하고 6개월마다 직접 세대를 방문해 안전점검을 완료한다.
어떻게 저런 곳에 가스계량기가 있을까 하는 곳을 비집고 들어가 계량 수치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한 겨울과 여름에는 날씨와도 사투를 벌인다.
하루에 걷는 걸음이 3만보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들이 속한 고객센터는 도시가스사들의 하청을 받아 설립됐다. 자연스럽게 외주화된 위험은 이들의 일상이 돼 버린 것이다.
최근 많은 도시가스사가 발전된 IT 기술을 접목해 검침 및 점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편리하게 도시가스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직장인은 대부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근처에 산다. 도시가스사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점검원도 대부분 자신들의 관내에 거주하는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점검원들을 위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