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신문] 발전소 설비는 고장이 나면 다른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은 국내의 각종 산업, 그리고 편리한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발전소에서 산출되는 각종 정보를 지능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발전설비의 운전과 정비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디지털발전소(Intelligent Digital Power Plant, IDPP)’라는 개념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운전과 정비를 최적화하는 만큼, 예측정비가 가능해 경상정비가 훨씬 수월하고 위험성이 적으며, 고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다.
설비에 센서 설치 정보 수집…고장·이상 작동 감지
지멘스·GE 등 발전설비용 플랫폼 개발·적용까지
전력硏, 운전 효율화·정비 최적화 목표 연구 진행
서부-중부발전·두산重 등도 관련 기술 개발 나서
■ IDPP, 미세신호에 주목 센서기술에 의존
선진국들은 제조업 분야의 분석 플랫폼이나 빅데이터 플랫폼을 발전산업 분야에도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는 각 제조업 현장과 발전산업 현장이 기본적으로 ‘공장(Factory)’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지멘스는 스마트팩토리 및 에너지 분야 활용을 위해 분석 플랫폼인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공개해 업그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GE도 같은 시기 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 개발했고, MHPS는 발전소용 원격 감시 솔루션 토모니(Tomoni)를 개발했다.
지능형 디지털발전소(IDPP)는 특히 설비의 고장이나 이상 작동 등을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미세 신호에 주목한다. 또한 이러한 미세신호를 잡아내는 센서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발전소는 계속 운전이 이뤄지는 평상시에는 육안점검도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육안점검으로 얻어지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작은 고장을 잡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설비의 운전을 정지한 뒤, 각각의 세부 정비개소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비상조치를 하면서 다시 운전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발전소의 각 설비에 진동센서, 소음센서, 온도센서 등을 설치하고, 각각의 센서에서 모이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전후의 데이터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정비를 더욱 정확하고 적절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비 시행 전후의 데이터를 비교해 보는 것으로도 정비 방법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GE는 이미 지난 2015년 디지털파워플랜트 솔루션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발전 시설 내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시스템에 통합시켜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이 시스템이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압력, 온도, 진동, 환경변수 등이다. 이 데이터는 개별 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스마트폰으로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신규 시설 이외에 기존 시설에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 또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기존 대형 시설 이외에 지붕 또는 베란다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태양열발전 장치, 풍력발전 시설,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잉여전력 등을 전력망을 통해 한층 쉽게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할 수 있다.
■ 전력硏, 인공지능시스템 기반 IDPP 개발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산업용 플랫폼 기반에서 구동되는 IDPP에 대한 연구를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247억원을 들여 자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연구개발 수행 및 기술지원을 통해 얻어진 발전소의 전문적 지식정보와 운영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딥러닝 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지능화해 발전설비 운전 효율화 및 정비 최적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이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시스템 기반 IDPP는 특히 발전소 설비의 실시간 원격 감시 및 진단을 위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최적 진단 솔루션, 자산 성능 관리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복잡한 설비의 종합체인 발전소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자산 및 부품 관리를 효율화하게 된다.
최적 진단 솔루션은 딥러닝 기술 등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소 상태 진단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기별 진단에서 더 나아가 발전소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성능 관리는 발전소 기기의 상태를 진단함으로써 해당 부품을 미리 준비하고, 정비를 최적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효율 저하 요인을 사전 진단하고 대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자산 성능 관리의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으로 수행함으로써 정비 계획을 더욱 상세화하고 체계화할 수 있다.
한전은 연구원에서 획득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발전소 터빈, 보일러, 발전기, 순환계통 등 각 설비 부문별 IDPP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이후 발전공기업에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발전소 원격 관리, 고장 예방 및 설비 주기 관리, 가상화를 통한 최적화와 성능 예측 등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 서부발전, 센서 실증 설비 구축…중부발전, IDPP 모델 정립
실제로 태안화력발전소에는 한전과 서부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지능형 디지털발전소 개발사업’의 센서 실증 시험 설비가 구축됐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IoT 센서와 진단기술 개발을 맡고 서부발전은 운영기술 개발과 실증을 담당한다. 모든 개발절차에는 산학협력 차원에서 중소기업들과 대학 등이 참여하게 된다.
서부발전은 발전소 주력 설비인 송풍기와 펌프가 설치돼 있는 설비현장을 신기술 실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업체들에게 시험장으로 제공한다.
또한 실증에 성공한 IoT 센서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지난해 구축 완료된 IoT 전용망인 NB-IoT와 결합한다. 국내 발전소 최초로 중계장치 없이 완벽한 무선통신 기능 구현에 적용하는 동시에 실증 결과에 따라 터빈 등 핵심설비에도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센서 기술 실증은 특히 디지털 발전소의 국산화를 위한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소형 무선 사물인터넷 센서는 진동, 소음, 온도, 이동, 무게 등 다양한 계측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대개 발전소 한 호기에 수천개의 센서를 설치해야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점검시간을 단축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더욱 향상된 유지보수 매뉴얼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대부분의 디지털발전소용 센서가 고가의 수입 제품이지만, 이번에 시험 설비를 갖춤으로써 빠르게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부발전도 최근 발전사 최초로 ‘4차 산업혁명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과제 중 하나로 IDPP 모델 정립을 담았다. 발전설비 신뢰성과 가용성을 높이고 운영상 위험을 줄이는 20개의 신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이미 발전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예측진단시스템(Smart-PAM)과 가상현실 기반 안전체험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트윈(Digautal Twin)을 기반으로 한 융합형 교육플랫폼과 빅데이터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통합운영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 두산중공업, 인도 석탄화력 디지털 솔루션 공급
두산중공업은 인도 최대 민자발전 사업자 사산파워의 석탄화력발전소에 발전효율과 가동률 향상을 지원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가동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약 6개월간 두산중공업은 사산파워 3960㎿(660㎿×6기) 규모 석탄화력발전소에 시범 설치한 디지털 솔루션을 가동했다. 연소 최적화 솔루션과 보일러 튜브 관리시스템 솔루션이 그것이다.
연소 최적화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운전 시나리오를 분석한 후 최적의 운전환경을 도출하는 것. 발전효율을 개선할 수 있고,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다.
보일러 튜브 관리시스템은 보일러 튜브 수명을 예측해 예방 정비를 하게 하며, 보일러 비상정지를 방지해 발전소 가동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이외에 두산중공업은 국내외의 발전설비의 원격관리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면서 각 설비의 조기경보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성능개선과 정비·유지보수·연료전환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발전서비스 조직을 신설하고 전 세계 발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발전서비스 사업은 지속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해 안정적인 사업구조 구축과 수익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 화력·원자력 뿐만 아니라 신재생 설비에도 IDPP 필요
발전소의 고장을 줄이고, 가동을 늘리는 동시에 유지보수를 최적화하는 기술은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산업 초창기에 지어진 표준 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은 수명이 도래하고 있거나, 한 차례 이상 연장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설비는 모두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뤄져야 원활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원자력발전소 역시 적어도 불시 고장 정지 문제를 개선해야만 운영사의 적자를 막고 최대의 장점인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개설이 급격하게 증가한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역시 고장을 막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절실하다.
IDPP는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이 모든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은 해결 불가능 영역의 유지보수에도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줬다. 운영관리 최적화와 운전의 유연화 및 정비 최소화, 이를 통한 수익 극대화는 이제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발전사의 예측정비, 플랫폼, 원격감시 등의 기술은 초기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앞서가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발전설비를 최적화해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